음주운전으로 딸을 잃은 유족이 아이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0대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었던 9살 배승아 양이 지난 9일 결국 숨졌다.

50대 어머니와 26살 오빠는 아이의 신분을 공개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승아 양 어머니는 혼자서 남매를 키우느라 집에 있을 틈이 없었다. 그런 엄마를 위로한다며 딸은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며 개인기를 연습했다. 사진 속 승아 양은 양 갈래로 머리를 땋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는 “애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철이 너무 일찍 든 딸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아파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며 오열했다.
그는 “횡단보도 건널 때는 꼭 초록 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건너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는데…. 차가 인도로 돌진해 딸아이를 앗아갈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흐느꼈다.

승아 양 오빠는 “(동생) 생일이 한 달여 밖에 안 남았는데…자기 침대를 갖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라며 울먹였다.

이어 “민식이법 이후에도 스쿨존 사망사고는 계속돼 왔고, 결국 동생이 희생됐다”며 “부디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더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60대 남성이 운전하던 SM5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했다. 길을 걷던 승아 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고 다른 9∼12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채널A와 통화에서 “죄송하다더라.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그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