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방영된 토일 드라마 ‘슈룹’은 첫 회부터 높은 시청률로 출발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방송 초반부터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은 작품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상승세를 이어갔고 마지막 회에서는 첫 방송 대비 무려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성공을 거뒀다.
500년 전에도 존재한 왕실 교육 전쟁
드라마는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궁중 분투기를 그린다. 오늘날 하원 시간 러시아워, 학원가를 가득 메운 대기 줄과 1:1 수업, 족집게 과외, 외국어 스피킹,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 등으로 대표되는 입시 풍경은 치열함의 상징이다. ‘슈룹’은 이런 경쟁이 500년 전 왕실에서도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왕세자 자리를 둘러싼 궁중 사모들의 경쟁, 아이돌 못지않은 존재감을 지닌 왕자들, 자식의 성장과 함께 변모하는 엄마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게 한다.

작품은 복중 태교에서 시작해 탄생 이후까지 이어지는 철저한 왕실 교육을 비춘다. 예절과 학문은 물론 음식, 정서 교육, 두뇌 발달까지 세밀하게 다뤄진다. 상위 1% 영재 교육으로 불릴 만한 방식이 극 곳곳에 담겼다.
드라마는 왕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동안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질서를 세워 온 존재들에 주목한다. 겹겹이 둘러싸인 구중궁궐 안에서 사건과 사고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을 이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슈룹’은 그런 상상에서 출발해 궁중의 이면을 촘촘히 펼쳐 보인다.

김혜수가 연기한 임화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자식으로 둔 중전이다. 겉으로는 버럭하고 까칠하며 예민하다는 평을 듣지만 한때는 잔잔한 호수 같은 성격이었다. 거듭된 파도에 맞서며 강인해졌을 뿐이다. 필요하다면 자존심도 내려놓고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도 감수하는 인물이다. 후궁 문제와 복잡한 궁중 관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아들들의 사건까지 겹치며 그의 일상은 숨 돌릴 틈이 없다. 사실은 차를 음미하고 수를 놓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현실은 그를 궁에서 가장 걸음이 빠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임화령의 교육관은 참여에 가깝다.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아이마다 맞는 길이 따로 있다고 믿는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하려는 태도는 작품의 핵심 축을 이룬다. 담을 넘어 기루에 간 3남을 쫓아가고 종학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는 2남을 다독이며 매일같이 새로운 과제를 마주한다. 그 와중에도 완벽한 장남 왕세자가 있어 버틸 수 있었으나 그 방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위기는 본격화된다.

문상민이 연기한 성남대군은 종학 꼴찌에 불량 생도라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몸을 쓰는 일에는 능하지만 어딘가 삐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방정스러운 면모와 진지한 모습이 공존하며 청하를 향한 감정에는 순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궁 밖 서촌에서 민초들의 삶을 겪으며 자라 다른 왕자들과는 다른 시선을 지녔다. 무술에 능하고 말과 활을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궁에서는 늘 감정을 감춘 채 신중하게 행동한다.
이유도 모른 채 궁 밖에서 자라다 어느 날 갑자기 궁으로 들어온 그는 대비의 냉정함과 어색한 부모 사이에서 적응해야 했다. 서책을 읽는 시간이 유일한 위안이었으나 영특함을 드러내지 말라는 경고 속에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던 중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강찬희가 맡은 의성군은 날카로운 외모와 강한 자존심을 지닌 인물이다. 자신에게 흐르는 피가 고결하다고 여기며 늘 불만을 품고 있다. 강한 자에게는 몸을 낮추고 약자에게는 거칠게 대하는 태도로 극의 갈등을 키운다.
기록으로 증명된 2022년 화제작
‘슈룹’은 첫 방송부터 수도권 시청률 10%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6회에서는 전국 기준 10%대를 달성, 8화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강력한 경쟁작과 맞붙는 상황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마지막 회는 전국 16%, 수도권 18%를 돌파하며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새로 썼다. 닐슨 코리아 기준 16.859%는 케이블 및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역대 시청률 상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22년 전체 드라마 가운데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2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에 이름을 올린 ‘슈룹’은 왕실이라는 배경 속에서 펼쳐진 교육 전쟁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넘어선 공감을 이끌어냈다. 과거의 궁중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쟁과 한 어머니의 분투는 오늘날의 현실과 맞닿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