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예측불가…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소름 끼치는 반전 보여준 2025년 개봉작

예측불가…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소름 끼치는 반전 보여준 2025년 개봉작

김태성 기자 taesung1120@issuepicker.com
영화 스커리(Scurry) 공식 예고편 갈무리.

괴물이 인류를 단 하루 만에 무너뜨린다면, 살아남은 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2025년 10월 VOD와 미국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스커리(Scurry)’는 그 충격적인 상상을 현실로 끌어낸다. 어딘가 ‘클로버필드’를 연상시키지만 훨씬 더 폐쇄적이고 불안하다. 괴물이 지구를 습격하는 동안, 지하에 고립된 두 사람은 자신보다 더 깊은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시점으로 밀착된 화면은 점점 숨을 조여온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둠, 폐쇄된 공간, 그리고 어디선가 울리는 알 수 없는 소리. 살아남기 위해 괴물과 마주하고, 때로는 서로를 의심해야만 했던 그 하루가, 90분 러닝타임 내내 압박처럼 이어진다.

숨도 못 쉬는 지하 생존극

영화 스커리(Scurry) 공식 예고편 갈무리.

영화는 도심에 열린 거대한 싱크홀로 한 남자가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도 구조받지 못한 그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으려 애쓴다. 전화는 끊겨 있고, 콘크리트 덩어리에 갇혀 숨도 막힐 듯한 상황. 그곳에서 그는 겁에 질린 한 여성을 발견한다. 이름은 케이트. 그녀는 이 사태가 단순한 지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이 온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가 굴 안으로 들어온다. 눈으로 다 확인되지도 않은 채 뒤쫓기기 시작한 이들은 어둠을 뚫고 도망치며 생존을 위한 길을 찾는다. 괴물은 시야 밖에서 덮쳐온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단순한 괴수영화 아니다… ‘스커리’가 택한 방향

영화 스커리(Scurry) 공식 예고편 갈무리.

‘스커리’는 괴물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괴물이 만들어낸 공포에 갇힌 인간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괴물의 등장은 짧고 압도적이지만, 관객의 시선은 인물의 선택과 두려움, 갈등, 타협에 오래 머문다. 좁고 어두운 지하 공간은 숨막히는 공포를 만들어내고, 카메라는 이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단 두 명. 마크와 케이트. 관객은 두 사람과 함께 갇히고, 함께 혼란스러워지고,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플래시라이트가 닿는 거리만큼만 세상이 보인다. 공포는 그 너머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영화 스커리(Scurry) 공식 예고편 갈무리.

총알도, 통신도, 도움도 없다. 남겨진 건 괴물과의 거리, 그리고 선택뿐이다. 괴물이 등장할 때보다, 등장하지 않는 순간이 더 무섭다. 괴물이 사라졌을 때조차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스커리’는 괴물이 화면에 나오는 시간이 짧다는 약점을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로 채운다. 등장인물이 괴물보다 더 예측불허인 순간들이 있다. 케이트는 생존을 위해 약을 요구하고, 마크를 위협하며 괴물의 영역으로 다시 밀어넣는다. 협력은 무너지고, 서로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해진다.

결국 마지막엔 희망도 끝나고 만다

영화 스커리(Scurry) 공식 예고편 갈무리.

사투 끝에 발견한 출구. 하지만 케이트는 그곳에 닿기 직전 숨을 거두고 만다. 마크는 끝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조차도 절망에 무너진다. 총으로 생을 마감하려 하지만, 방아쇠는 불발이다. 남은 것은 괴물을 유인하는 알람과 마지막 혈투뿐. 마크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괴물의 새끼와 싸운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바깥은 이미 종말을 맞은 후였다. 단 한 명만 살아남았고, 지구는 사라졌다. 영화는 이 생존기가 결코 승리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imdb 캡처.

해외 반응은 엇갈렸다. IMDb 기준 평점은 3.8점.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캐릭터 묘사가 얕다는 지적이 많았다. 괴물의 등장 장면은 강렬했지만, 연출 전반은 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럼에도 ‘폐쇄 공간에서의 공포’를 잘 살렸다는 의견도 있었고, 클로스트로포비아를 자극하는 연출은 호러 마니아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형화된 괴물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실험적인 시도라는 평가도 공존했다.

영화 스커리(Scurry) 공식 포스터.

스커리는 웨일스 남부 브리젠드에 위치한 드래곤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에는 제임스 스워브릭, 에이드리언 베이트 등이 이름을 올렸고, 촬영 당시부터 “극단적인 밀폐 공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원래 출연 예정이었던 올리비아 쿡과 미아 맥케나-브루스는 스케줄 문제로 하차했고, 엘라 퍼넬이 새롭게 투입됐다. 리스 이판스, 파파 에시에두, 안토니아 토마스 등이 함께 출연했다. 각본은 팀 텔링이 맡았고, 연출은 루크 스파크 감독이 이끌었다.

그의 대표작 ‘오큐페이션'(Occupation)의 인상적인 인간 대 외계인 대결의 여운을 기억한다면, ‘스커리’에서 보여준 인간 내면의 공포는 또 다른 방식의 충격일 수 있다. 괴물은 단지 외부에서 오는 위협만은 아니다. 그 공포는 때때로 내부에서, 인간의 판단과 본능에서 시작된다. ‘스커리’는 그 무게를, 짧은 러닝타임 안에 차갑게 눌러 담는다.

Latest news

Related news

이슈피커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