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넷플릭스서 재평가받는 박훈정표 추격전

한국 액션 누아르 장르에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박훈정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귀공자(The Childe)’가 극장 개봉 약 3년 만에 넷플릭스에 상륙하며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3년 6월 개봉 당시 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작품은 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며 스트리밍 차트에서 역주행의 신호탄을 쐈다.
3년 만의 귀환, 넷플릭스 깨운 박훈정표 ‘광기의 추격전’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에서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며 병든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생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마르코의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가 나타나면서 평온했던 여정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추격전으로 변모한다.

마르코를 타깃으로 삼은 인물은 귀공자뿐만이 아니다.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 2세 ‘한 이사’, 필리핀과 한국에서 우연히 마르코와 마주치는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까지 가세한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네 사람이 단 하나의 타깃을 쫓아 얽히고설키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혼란과 광기를 자아내며 극의 종반부 마르코가 마주하게 될 충격적인 진실로 관객을 이끈다.
‘귀공자’는 박 감독의 전작인 ‘브이아이피’, ‘마녀’, ‘낙원의 밤’의 색채를 한데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기존의 박훈정표 누아르가 차갑고 처절한 ‘피카레스크(악인이 주인공인 작품)’의 정석을 따랐다면 이번 작품은 그 궤를 조금 달리한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극 곳곳에 배치된 소소한 개그 코드와 예상외의 따뜻한 정서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실소를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 요소는 극의 긴장감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기존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바로 ‘해피엔딩’에 가까운 결말과 체감 수위다.

하드보일드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기승전결의 긴장감을 깨뜨렸다”는 혹평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도가 박훈정식 서사에 대중성을 가미했다는 좋은 평가도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15세 관람가인 ‘마녀’ 시리즈보다 오히려 수위가 낮게 느껴질 만큼 유연해진 연출력을 보여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 속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이견 없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타이틀 롤인 ‘귀공자’ 역을 맡은 김선호는 이번 작품이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았다. 선한 외모 뒤에 숨겨진 광기를 표출하며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수식어를 제대로 증명해 냈다는 평이다. 위악적인 캐릭터를 처음 맡았음에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린 그의 변신은 영화를 비판하는 관객들마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강력한 빌런으로 등장하는 ‘한 이사’ 역의 김강우 역시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였다. 김선호의 강렬한 캐릭터에 가려질 법함에도 불구하고 탐욕에 찌든 재벌 2세의 비열함과 잔혹함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여기에 신예 강태주의 절박한 연기와 고아라의 미스터리한 존재감이 더해져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흥행 아쉬움 딛고 OTT에서 재평가받을까
개봉 당시 ‘귀공자’의 성적표는 다소 아쉬웠다. 손익분기점이 약 180만 명으로 추산됐으나 최종 관객 수는 그 3분의 1 수준인 68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는 고배를 마셨다.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 만큼 OTT 특유의 파급력을 바탕으로 한 재평가가 기대되고 있다.

극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 독특한 액션 누아르의 매력이 안방극장에서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