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아침, 유리창 너머로 희뿌연 출근길이 이어진다. 거리에 나선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시간을 맞추며 회사로 향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반복되는 일상에 몸을 싣고, 오늘도 같은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한다. 월급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물가는 끊임없이 상승한다. 현실적인 고민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 됐다. 오랜 시간 회사를 위해 노력해도 돌아오는 건 생각만큼 넉넉하지 않다. 회사에선 늘 새로운 과제가 기다리고,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와의 차이를 체감하며 스스로를 탓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고 없이 통보받는 권고사직도 드물지 않은 현실이다. 적응이 쉽지 않은 직장 생활을 마주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직장인의 진짜 현실 있는 그대로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미생’은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릴 때부터 바둑에 매진했으나 프로 입단에 실패한 뒤 사회에 나온 장그래(임시완)는 어머니 지인의 추천으로 대기업 인턴 생활을 시작한다.

바둑을 했던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려 애쓰지만, 소극적인 태도와 낮은 업무 능력으로 동기들과 비교되기도 한다. 고졸 학력이라는 이유로 불리함을 감수해야 했고, 인턴 과정에서 실력보다는 성장하려는 자세와 집중력, 위기를 헤쳐 나가는 승부사적 면모를 보여준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후 진행된 개별 과제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아 2년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오상식(이성민)은 원 인터내셔널 영업 3팀의 7년 차 과장이다. 실적을 내기 어려운 팀에서 오랫동안 자리만 지켜온 그는, 장그래가 들어오기 전까지 김동식 대리와 단둘이 팀을 운영했다.

오상식은 회사에서의 평판이 엇갈린다. 책임감 있고 아랫사람을 배려한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실적이 부족해 승진과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겪는 상사로도 평가된다. 현실적인 사정과 가족을 위해 회사를 다니지만, 회사의 정치에는 능하지 않은 워커홀릭으로 그려진다.

‘미생’에는 임시완, 이성민 외에도 강하늘, 변요한, 김대명, 박해준, 강소라 등 다수의 배우가 출연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배우들은 모두 직장인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해냈고, 주·조연을 막론하고 연기력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 배우들이 인지도를 높였고,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계기가 됐다.
입소문으로 시청률 급상승, 직장인 공감 얻은 ‘미생’
방영 초반 ‘미생’은 1.6%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직장인의 현실을 솔직하게 그리면서 기존 회사 드라마와는 달리 신입과 말단 직원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스토리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로맨스에 치우치지 않고 일과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전개, 따뜻한 연출과 감각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점점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넓혀갔다. 마지막 회에서는 평균 8.4%, 최고 10.3%까지 시청률이 오르며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기준을 크게 넘어섰다. 방영이 끝난 뒤에도 직장인 사이에서 ‘미생’ 신드롬이 이어졌고, 웹툰 원작 역시 다시 주목받았다.

드라마 ‘미생’은 신입과 평범한 직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많은 이들에게 진짜 직장인의 하루가 어떤지를 보여줬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회사 안에서 겪는 갈등과 성장을 다루면서 현실에 지친 많은 시청자에게 진한 공감을 불러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