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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OTT 결제해야 할 듯… 평론가 이동진이 직접 뽑은 여름 영화 BEST 5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졸업’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햇살이 노랗게 물들고 초록색 이파리들이 제각기 다른 자태를 뽐내는 여름이 찾아왔다. 이런 여름을 맞아 최근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싱그러운 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했다. 다음은 이 평론가가 추천한 여름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 5편이다.

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한여름 첫사랑의 찬란한 기억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이탈리아의 태양 아래 펼쳐지는 섬세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3년 여름, 열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가족 별장에서 지내던 중,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찾아온 스물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를 만나면서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을 맞이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는 엘리오의 시선을 따라 흘러간다. 그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소녀 마르치아와의 풋풋한 연애를 경험하지만 동시에 올리버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다. 엘리오의 마음을 눈치챈 올리버는 거리를 두려 하지만 결국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며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여름이 끝나고 두 사람은 헤어질 운명을 맞이한다.

마지막 장면인 화로 앞에서 엘리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사랑의 끝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자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기억을 마음 깊이 간직하는 장면으로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클래식 음악,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다만 지나치게 이상화된 캐릭터들과 갈등 요소의 부재로 현실성과 개연성 부족을 지적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퀴어 로맨스를 넘어 성소수자들이 겪는 감정의 스펙트럼과 사회적 현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5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순위에서도 37위에 오르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과 그것이 남긴 잔상을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로 남아 있다.

2. 가상과 현실이 충돌한 여름, 영화 ‘썸머 워즈’

200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썸머 워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이름을 알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차기작으로 개봉 전부터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썸머 워즈’는 청춘 성장 스토리와 가족애, 디지털 사회의 위기, 인간 공동체의 연대를 흥미진진한 서사로 풀어낸다.

영화 ‘썸머 워즈’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이야기는 2010년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전 세계가 가상 네트워크 OZ에 연결된 근미래. 고등학생 수학천재 켄지는 여름방학을 맞아 짝사랑하던 여선배 나츠키의 제안으로 그의 할머니 생일 잔치에 동행하게 된다. 이때 나츠키는 켄지에게 ‘스펙 좋은 남자친구’인 척 해달라고 부탁하며 사건이 시작된다.

가족 앞에서 남자친구 연기를 이어가던 켄지는 밤중에 수상한 암호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호기심에 풀어버린 이 암호는 다름 아닌 OZ의 보안 체계를 뚫는 열쇠였고 이로 인해 인공지능 ‘러브머신’이 시스템을 장악해 전 세계에 혼란을 초래한다. 본의 아니게 해킹의 용의자가 된 켄지는 나츠키의 가족, 가문 내 각계각층의 친척들과 힘을 합쳐 사태를 수습하려 나선다.

특히 영화의 백미는 ‘화투’를 통한 러브머신과의 대결 장면이다. 게임을 즐기는 AI에 맞서 인간의 공동체가 하나가 돼 싸우는 해당 장면은 일본 전통문화와 첨단기술, 가족과 사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흥행 면에서도 ‘썸머 워즈’는 일본 내에서만 18억 엔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3. 한국 멜로 영화의 전설,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 영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진관 주인 ‘정원’과 주차 단속원 ‘다림’의 조용하면서도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서울 외곽의 작은 사진관을 배경으로 정원은 하루하루를 담담히 살아간다. 중학생들, 동네 아주머니, 영정 사진을 찍으러 온 할머니까지 소소한 이웃들 속에서 그는 죽음의 공포마저 무뎌진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활기 넘치는 스무 살 주차 단속원 다림을 만나면서 그의 마음에는 작은 동요가 생긴다. 그러나 다가오는 죽음 앞에 정원은 끝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조용히 그를 바라본다.

영화는 ‘시한부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연출과 미니멀한 감정선으로 완전히 새로운 멜로 장르를 제시했다. 특히 후반 20여 분간 대사가 거의 없는 장면은 당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석규와 심은하의 절제된 연기는 큰 호평을 받았으며 서울 관객 수 45만 명을 돌파하며 1998년 흥행 3위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주목받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고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문에까지 수록되는 등 작품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2013년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4.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아난 1960년대 명작, 영화 ‘졸업’

영화 ‘졸업’은 1967년 미국에서 처음 개봉해,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71년 첫 개봉 후 1988년 재개봉되며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단순한 러브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와 세련된 연출로 청춘의 불안과 방황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졸업’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줄거리는 대학을 갓 졸업한 ‘벤자민’이 주인공이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다, 우연히 지인의 아내인 로빈슨 부인의 유혹을 받으며 위태로운 관계에 빠진다. 그러나 이후 로빈슨 부인의 딸 ‘엘레인’을 만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고, 세 사람의 관계는 커다란 혼란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단순한 삼각관계의 틀을 넘어, 당시 청춘들이 직면한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특히 더스틴 호프먼은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앤 밴크로프트의 도발적인 연기 또한 큰 호평을 받았다. 영화 속 삽입곡인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았고, 벤자민이 몰던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는 자동차 아이콘으로 남았다.

흥행 성적도 눈부셨다. 제작비 300만 달러로 시작해 북미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전 세계 수익은 2억 달러를 웃돈다. 1967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비슷한 시기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함께 평론과 흥행 모두를 거머쥔 몇 안 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한 울림을 주는 ‘졸업’은, 젊음과 혼란, 사랑과 선택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통해 세대를 넘어 관객과 소통하는 시대의 고전이다.

5. 20년 전 여름 아빠와의 기억을 소환하다… 영화 ‘에프터썬’

2022년 개봉한 영화 ‘에프터썬’은 아빠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여름휴가를 되돌아보는 한 여성의 기억을 다룬 작품이다. 오래된 캠코더 속에 담긴 튀르키예 여행 영상은 20여 년이 지난 현재,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파도를 일으킨다. 여름 햇살과 물결, 웃음과 침묵이 교차하며 흘러가는 영화는 기억과 감정의 정교한 복원을 시도한다.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명확한 기승전결 구조 없이 감각적인 이미지와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간다. 서른 살 아빠 ‘캘럼’과 열한 살 딸 ‘소피’가 함께한 휴가는 어쩌면 평범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많은 것을 품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샬롯 웰스 감독은 이 소중한 기억의 파편들을 포착하며 누군가의 존재가 남긴 흔적과 부재를 정적으로 풀어낸다.

‘에프터썬’은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프렌치 터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주연 배우 폴 메스칼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국내 평단 역시 “기억을 영화로 재현하려는 집요한 숙고”, “사진적 아름다움과 강렬한 몸짓이 뒤섞인 기억의 정중동” 등 찬사를 보냈다. 이동진 평론가는 별점 5점을 부여하며 “보지 못한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창적인 해답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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