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의 연기 차력쇼… 스토리는 글쎄”
영화 ‘파일럿’은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 스타 파일럿 ‘한정우’가 여동생의 신분으로 여장까지 감행하며 다시 비행기를 몰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코미디 장르인 만큼 웃음 포인트는 꽤 있었지만 다 보고 난 후 남는 건 조정석의 과감한 연기뿐, 스토리 자체는 금세 휘발돼 버렸다.
영화에서 조정석은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친다. ‘한정미’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어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목소리,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계산된 듯 웃음을 유도한다. 지인들과 함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 필자 역시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배우의 에너지와는 달리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다소 미약하다. 영화는 강력한 주제의식이나 감동적인 서사보다는 상황 중심의 웃음에 치중한다. 젠더 이슈를 살짝 끼워넣긴 했지만 그것을 명확히 풀어내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또 파일럿이라는 전문직의 재취업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설정의 개연성보다는 웃음을 위한 극적 장치들이 우선시되며 영화는 때때로 과장과 비현실성의 경계를 넘나든다. 물론 이런 과장이 ‘가볍게 웃고 지나가기 위한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상 어느 정도 용인될 수는 있지만 감정의 여운이나 스토리적 몰입이 부족해, 보고 나면 영화의 내용 자체는 금방 휘발돼 버린다.
‘파일럿’은 무거운 주제 없이 시원하게 웃고 싶은 날 보기 좋은 영화다. 오글거림도 있고, 허술한 전개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손에 걸리면 매력적으로 탈바꿈한다. 메시지보다 웃음, 완성도보다 에너지에 기대고 있는 영화지만 그만큼 가볍게 떠나는 한 편의 비행처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