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당시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전개와 몰입감 있는 서사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최고 시청률 17%를 돌파한 화제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철인왕후’다.
중전의 몸에 빙의한 대한민국 톱 셰프의 아찔한 조선 생존기
드라마 ‘철인왕후’는 2020년 12월~ 2021년 2월 방영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코믹과 로맨스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설정과 기존 사극 문법을 완전히 뒤집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감성과 유머 코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장르적 실험과 캐릭터 해석의 신선함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는 ‘노타치 로맨스’라는 신조어로 요약된다. 청와대 셰프 장봉환이 불의의 사고로 조선시대 중전 김소용의 몸에 빙의되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쇼윈도 부부’로만 알려졌던 김소용과 철종은 처음엔 서로를 불편해하고 견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립은 이해로, 오해는 신뢰로 바뀌어간다. 브로맨스도 로맨스도 아닌 독특한 감정의 교류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해지는’ 노타치 관계가 점차 동반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 궁궐이지만 설정과 인물의 성격은 현실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예컨대 궁중 요리를 담당하는 사옹원의 주방장은 남성이고 중전과 후궁이 활을 쏘며 경쟁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도를 뒤틀어 보여주는 장면들은 기존 사극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여성 캐릭터들은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야망과 욕망을 향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장면들이 여성 중심 서사를 확장하며 시청자에게 색다른 시각적 충격과 신선함을 전달한다.
김소용은 중전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가문을 위해 어머니의 명예를 위해, 아버지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중전에 걸었지만 궁에 입성한 후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다. 남편 철종은 이미 조화진이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준 상태였고 궁중 생활은 외롭고 낯설었다.
그 속에서 김소용은 차츰 괴팍하고 거칠어진다. 그러나 그의 내면엔 철종에게 처음 느꼈던 설렘과 사랑이 여전히 남아 있다. 중전이라는 자리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달으며 그는 점차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철종은 겉보기엔 유약하고 눈치 보는 허수아비 왕처럼 보이지만 내면엔 조선의 개혁을 꿈꾸는 냉철한 전략가가 숨어 있다. 겉으로는 봉환의 눈에 가식의 끝판왕으로 보일 정도로 다정하게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고 무능한 왕이 될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딛고 개혁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허수아비 역할을 자처하며 현실을 직시한다. 철종은 이중성과 결단력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정치적 긴장과 전략의 중심에 선다.
이렇듯 ‘철인왕후’는 인물 하나하나에 깊이를 부여하며 로맨스 사극을 넘어선다. 특히 철종과 김소용의 관계는 현실 부부 관계의 메타포처럼 그려진다. 처음엔 서로를 오해하고 반목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시 손을 잡는다. 둘 다 실수를 하고 상처를 주지만 결국 서로의 존재가 가장 큰 위로와 버팀목이 된다.
논란에도 높은 시청률로 흥행 성공
드라마는 방영 초기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첫 방송 시청률은 8%를 넘기며 당시 tvN 드라마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4회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마지막 회에서는 17.371%를 달성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강력한 경쟁작이 있음에도 흔들림 없이 흥행을 이어간 점은 탄탄한 연출과 신선한 기획,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몇 가지 논란도 동반했다. 원작인 중국 소설 ‘태자비승직기’의 작가 셴청이 한국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작을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또한 극 중 실제 역사 속 인물인 신정왕후 조씨를 희화화하거나 무속 신앙을 왜곡하는 장면은 후손들의 항의를 불러왔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찌라시’에 비유한 장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기도 했다.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3회부터 등장인물과 사건이 모두 허구임을 명시하는 자막을 삽입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 역사적 인물의 실명을 가공명으로 대체하고 전체적인 설정 역시 가상의 이야기로 선회했다.
결과적으로 ‘철인왕후’는 기발한 소재와 장르 혼합,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과 문화적 민감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계기도 됐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인물 간의 갈등과 화해, 사랑과 성장의 서사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철인왕후’는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실험적 도전이었으며 한국 드라마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흥미로운 사례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