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서 멀어진 20대 남성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세대 담론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가까이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이 3일 동시에 개봉했다.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와 박준호 감독의 ‘3670’이다.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청춘의 불안, 책임, 갈등, 그리고 자리 잡지 못한 존재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장에서 배우는 책임과 성장, ‘3학년 2학기’
먼저 ‘3학년 2학기’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 서울독립영화제에서 3관왕 도합 7관왕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특성화고 3학년 창우(유이하)와 친구 우재(양지운)가 작은 공장에서 실습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담당 교사는 병역 특례와 대학 진학 기회를 미끼로 학생들을 격려하지만 낯선 기계와 높은 위험 속에서 청춘들은 고단한 나날을 버텨야 한다. 안전 장치 부족과 반복되는 실수의 압박은 그들을 끊임없이 위축시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해 공장을 떠난 우재, 능숙하게 적응하는 다른 학교 학생 성민(김성국)과 달리 창우는 더욱 초라해진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특성화고 실습생의 죽음을 다룬 ‘다음 소희’를 떠올리며 비극적 전개를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피해자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인천 공단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학생들과 노동 현장을 지켜본 감독은 창우를 비롯한 청춘들을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세대”로 그리고자 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누군가의 조카이자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사회에 발을 들이려는 의지와 아직 미성숙한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섬세하게 비춘다. 공장에서 배우는 기술이 버겁지만 또래와 웃으며 떠드는 순간에는 여전히 아이 같고, 책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결국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때론 따뜻하고, 때론 먹먹하다. 무엇보다 모든 인물이 도구처럼 소비되지 않고 각자의 사연과 표정을 지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실의 벽도 분명 드러난다. 끝내 설치되지 않는 안전 장치, 무기력한 근로감독관의 선의 같은 장면은 이야기의 결을 개인의 성장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어”라는 대사를 내뱉는 청춘의 눈물 앞에서 관객은 지금 세대가 어떤 세상에 내던져져 있는지 직면하게 된다.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는 여정, ‘3670’
이어 소개되는 ‘3670’은 탈북 청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27살 철준(조유현)은 가족을 두고 홀로 남한에 정착했지만, 이곳에서도 쉽게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는 게이라는 정체성을 지녔지만 탈북자 친구들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료를 찾으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어느 모임에서 만났던 영준(김현목)과 편의점에서 우연히 재회하면서 둘은 가까워지지만, 또 다른 갈등의 문이 열린다.
‘3670’은 철준이 사회 속에서 발 딛는 과정을 따라가며 남한 사회의 낯설음과 청춘의 불안을 동시에 응시한다. 채용 시장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현실, 겉으론 인싸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흔들리는 영준의 모습까지 더해지며 영화는 더 깊어진다. 열등감을 숨긴 채 웃음을 내보이는 영준과, 점차 자기만의 길을 찾으려는 철준 사이의 간극은 한국 사회 청년들의 초상을 비춘다. 감독은 게이 커뮤니티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생생하고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신인배우 조유현의 존재감은 영화의 핵심이다. 철준이 가진 투박함, 남한 사회에 적응하고 싶은 욕망, 자신의 성향을 받아들이려는 진지함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670’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르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고, 여러 영화제를 통해 이미 가능성을 증명했다. 작품은 날카로운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디테일과 리듬을 놓치지 않아 상업영화 못지않은 흡입력을 보여준다.
두 영화 모두 오늘날 한국 사회 청년의 모습을 다층적으로 담아낸다. ‘3학년 2학기’가 노동 현장에서의 불안과 성장의 기록이라면, ‘3670’은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배경이지만 공통적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꾹꾹 눌러 담았다.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청년과 실제 청년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이들 영화만큼 생생히 보여주는 작품도 드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