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공포 프랜차이즈 ‘컨저링’이 드라마 시리즈로 새롭게 태어난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9일(현지시간) HBO 맥스에서 ‘컨저링’ TV 시리즈가 본격 제작 단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드라마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마블 제시카 존스’로 이름을 알린 낸시 원이 쇼러너이자 각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원작의 제작자 제임스 완이 이끄는 아토믹 몬스터, 시리즈 제작을 함께해 온 피터 사프란도 총괄 프로듀서로 합류해 팬들의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공포 프랜차이즈, 드라마로 부활한다
‘컨저링’의 드라마화 가능성은 이미 2023년부터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기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세부 줄거리는 베일에 싸여 있으나 영화에서 이어온 세계관을 토대로 전개될 예정이라 기존 팬들은 물론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컨저링 유니버스’는 2013년 개봉한 1편을 시작으로 10편에 이르는 영화들이 공개되며 현대 공포영화의 굵직한 축을 담당해 왔다. 스핀오프와 외전을 포함한 작품들은 꾸준히 극장가에서 흥행을 거두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드라마 제작 확정은 해당 프랜차이즈가 단발적인 성공을 넘어 장르 전체를 이끌어가는 대형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공포 세계관의 시작, ‘컨저링 유니버스’
시작은 비교적 소박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컨저링’은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져 개봉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배경은 1971년 로드 아일랜드 해리스빌의 한 오래된 저택이다. 페론 가족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 오면서 알 수 없는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그 집은 이미 19세기 중반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였고 이후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현상이 이어진 곳이었다. 실제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섬뜩한 리얼리티를 안겨줬다.
특히 영화는 흔히 공포영화에서 남발되는 과도한 점프 스케어를 지양하고 공간과 연출, 배우들의 호흡으로 긴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IMDb 평점 7.5, 로튼토마토 신선도 86%라는 기록을 남겼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공포 장르에서 이 정도 수치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악령의 힘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오히려 긴장감이 희석됐다는 지적이 있었고 초반에 등장했던 애나벨 인형이 본편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낸 탄탄한 연출은 단일 영화의 성공을 넘어 프랜차이즈의 토대를 다지기 충분했다.
흥행 성적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거물급 배우나 화려한 제작비 없이도 밀도 있는 서사와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 덕분에 관객들은 극장 속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경험했다. 성과를 바탕으로 ‘컨저링’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지닌 ‘컨저링 유니버스’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컨저링: 마지막 의식’은 그 여정의 정점을 장식했다. 배경은 1986년 펜실베이니아. 워렌 부부는 스멀 가족이 겪고 있다는 기묘한 사건을 조사하러 떠난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악령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번 사건은 그들의 긴 기록을 멈추게 만든 마지막 사건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긴 세월 너를 기다려왔다”라는 강렬한 카피와 함께 최후의 의식을 통해 대서사시를 매듭지었다.
개봉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 오프닝 스코어만으로 1억 9400만 달러, 한화 약 2700억 원을 기록하며 공포영화 사상 최고 월드와이드 오프닝 성적을 세웠다. 이는 10여 년간 이어진 팬덤과 작품 자체에 대한 신뢰가 만든 결실이었다. 초창기의 소박한 사건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결말로 귀결되며 시리즈의 무게감을 완성한 셈이다.
이처럼 ‘컨저링 유니버스’는 공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첫 작품이 보여준 긴장감과 마지막 영화가 남긴 대규모 스케일은 공포영화가 어떻게 성장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제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이 추가되면서 ‘컨저링’의 세계는 또 한 번 진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