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이슈피커가 다룰 한국 영화는 ‘아수라’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이 출연한 범죄 느와르 작품으로, 2016년 개봉 당시 약 9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최종 관객 수는 259만 명에 그쳤다.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평가가 이뤄진 영화다.
※ 이 글은 작품의 결말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권력과 범죄로 얼룩진 도시 ‘안남’

영화의 배경은 가상의 도시 안남이다. 재개발을 앞두고 거대한 이권이 얽히면서 도시 전체가 부패와 범죄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안남을 장악한 시장 박성배(황정민)는 정치적 영향력을 등에 업고, 조직폭력배와 결탁하며 권력을 유지한다. 그 곁에서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인물이 바로 형사 한도경(정우성)이다.
도경은 말기 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뇌물과 범죄 수익을 챙긴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이미 본래의 의미를 잃었고, 시장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의 현실이다. 정의와 법은 멀어지고, 돈과 권력이 그의 삶을 지배한다.
도경은 검찰의 압박 속에 궁지에 몰린다. 검사는 정의보다 목적 달성에 집착한다.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수사라는 이름으로 불법을 일삼고, 협박과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게 약점이 잡힌 도경은 이용 가치가 있는 도구일 뿐이다.
도경은 자신을 따르던 후배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 곁으로 들여보낸다. 선모는 성실한 경찰이었지만, 권력의 단맛을 맛본 뒤 돌변하기 시작한다. 박성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며, 점차 벗어날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서게 되고, 형제 같던 인연은 원수가 된다.
배신과 음모가 얽힌 지옥도

박성배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구치소에 있던 부하까지 제거하며 흔적을 지운다. 검찰은 증거를 잡기 위해 도경을 협박하고, 도경은 살아남기 위해 이쪽저쪽을 오간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또 다른 파국으로 이어진다.
박성배를 잡고 싶어 하는 검사, 모든 것을 쥐려는 시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형사. 누구 하나 선한 인물은 없다. 영화 속 세계는 오직 이익과 욕망만이 지배한다. 결국 도시는 배신과 살육으로 물든 지옥도가 된다.
영화의 후반부는 장례식장에서의 대규모 난투극으로 치닫는다. 검찰과 조직폭력배, 경찰까지 뒤엉킨 싸움은 피와 절규로 가득하다. 선과 악의 구분은 사라졌고, 살아남기 위한 발악만 남는다.
도경은 끝내 박성배와 맞붙지만, 그 싸움조차 허망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깊은 수렁에 빠졌는지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살아남으려 했던 모든 선택이 결국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영화는 도경의 마지막 독백과 함께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
흥행 실패와 재평가

‘아수라’는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에게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리얼리즘에 가까운 폭력 묘사와 해피엔딩과 거리가 먼 결말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그 불편함이 작품의 색을 드러내는 요소로 평가됐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느와르로서 의미를 인정받은 것이다.
관객 수 259만 명, 월드 박스오피스 1830만 달러(약 255억 원)라는 성적은 작품의 완성도 대비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 그리고 권력에 물든 인간 군상의 모습을 집요하게 보여준 점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아수라’는 흥행 성과와 별개로, 한국 범죄영화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 작품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