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배우의 복귀와 주말 황금시간대 편성이란 두 장점을 안고 출발한 드라마가 기대와 달리 초반부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BS 2TV 새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은수 좋은 날’은 배우 이영애가 무려 26년 만에 KBS 드라마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1회 시청률은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에 그쳤고 2회에서는 소폭 하락한 3.4%를 기록하며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KBS는 지난 8월 대대적인 편성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수목극을 폐지하고 토일미니시리즈를 신설했는데, 이 시간대 첫 주자는 마동석 주연의 ‘트웰브’였다.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았지만 첫 회 8.1%에서 2회 5.9%로 급락했고, 결국 마지막 회는 2.4%라는 초라한 수치로 종영했다. 후속작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은수 좋은 날’은 전작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지만 초반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은커녕 안정적인 5% 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은수 좋은 날’의 위기… 동시간대 경쟁작·낮은 화제성
현재 ‘은수 좋은 날’이 맞닥뜨린 가장 큰 장벽은 강력한 동시간대 경쟁작이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15%대를 기록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시청자 유입의 길이 막혀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또한 일요일 밤에는 SBS의 장수 예능 ‘미운 우리 새끼’가 버티고 있다. 최근 들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오랜 기간 10%대를 유지한 S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 여기에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역시 1~2%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종편 프로그램 중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 구도는 만만치 않다.
시청률 외에도 화제성에서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9월 3주 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은수 좋은 날’은 9위에 그쳤고 출연자 부문에서도 이영애가 10위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드라마 관련 클립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 채널의 반응도 미미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특별히 회자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초반 흥행에 필요한 입소문 효과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은수 좋은 날’은 총 12부작으로 이제 겨우 2회가 방송된 시점이다. 남은 회차가 많다는 점에서 반전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초반 흥행을 이끌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 황금 시간대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경쟁작의 기세와 낮은 화제성 탓에 향후 반등의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평범한 주부 은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
한편, 작품은 대한민국 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마약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더 이상 마약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 보이지 않는 계급과 차별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사회극이다.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는 왜곡된 인식, 비도덕과 불법에 무감각해진 현실을 우화적으로 비추며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극중 이영애는 강은수 역을 맡아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그린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은행에 계약직으로 들어갔지만 정직원 전환에 실패해 현재는 동네 마트의 캐셔로 일한다. 그곳에서 남편 도진을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하나뿐인 딸은 자퇴서를 내며 위기에 빠졌다. 설상가상 담보로 잡힌 집에서도 쫓겨날 상황이 되자 은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림길에 선다.
이영애는 작품 속에서 “하나님, 나 그동안 착하게 살았으니까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라는 대사로 극중 인물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수 좋은 날’에는 이영애 외에도 김영광, 박용우, 배수빈, 김시아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연기력으로는 신뢰를 받는 배우들이지만 시청자 유입을 위한 서사와 화제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아직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향후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제작진은 사회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인간적인 드라마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동반 상승할 수 있을지 혹은 ‘나쁜 날’을 벗어나 진짜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