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가 서늘한 서사를 다룬 액션 드라마 다섯 편을 정리했다. 한국 드라마는 로맨스와 가족극에 머물지 않고, 첩보와 범죄, 학원물과 복수극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액션 장르는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면서도 현실과 맞닿은 서사를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때로는 국가를 지키려는 첩보원,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범죄자, 그리고 복수에 몸을 던진 개인까지. 각기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싸움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국내 지상파부터 글로벌 OTT까지, 한국 액션 드라마의 흐름을 대표하는 다섯 편을 소개한다.
1. KBS 2TV ‘아이리스’ 시리즈 (2009, 2013)
한국 첩보 액션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대작이다. 2009년 방송된 시즌1은 국가안전국 요원 김현준(이병헌), 최승희(김태희), 진사우(정준호)의 얽힌 운명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김현준은 국가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테러 조직 아이리스와의 사투에 뛰어든다. 첩보원들의 목숨을 건 임무와 예측 불가한 배신, 그리고 남북 관계까지 얽힌 이야기가 폭발적인 긴장감을 안겼다. 시청률은 30%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압도적 우위를 기록했고,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거머쥐었다.
2013년 방송된 시즌2는 김현준의 사망 이후 3년 뒤가 배경이다. 주인공으로 정유건(장혁)이 등장한다. 지수연(이다해), 서현우(윤두준), 최민(오연수) 등 새로운 인물이 가세하며 이야기는 더욱 확장된다. 도시가 불바다가 되는 참혹한 사건, 미스터 블랙의 정체 공개 등 대규모 서사가 이어졌다. 두 시즌 모두 블록버스터급 제작비와 로케이션 촬영으로 화제를 모았고, 한국 첩보 액션의 상징 같은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2. OCN ‘나쁜 녀석들’ (2014)
악을 잡기 위해 더 악랄한 이들을 풀어놓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돋보였다. 오구탁(김상중)은 ‘미친개’로 불릴 만큼 과격한 형사로, 범죄자들을 석방시켜 특수팀을 꾸린다. 팀에는 서울을 장악한 전직 폭력배 박웅철(마동석), 감정 없는 천재 살인마 이정문(박해진), 완벽한 살인 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가 포함된다. 여기에 경찰 간부 유미영(강예원)이 합류하면서 극의 균형을 잡는다.
법과 제도 밖에서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는 잔혹하면서도 묘한 정의감을 전달했다. 거친 욕설이 오가는 대사, 날 것 그대로의 폭력 묘사, 그리고 각 인물의 사연이 맞물리며 진한 하드보일드 정서를 그려냈다. 방영 당시 ‘범죄 장르 드라마’에 갈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OCN을 장르물 제작의 강자로 올려세운 작품이다.
3. MBC ‘검은태양’ (2021)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국정원 요원 한지혁(남궁민)의 귀환을 다룬다. 1년 전 임무 도중 실종됐다 돌아온 그는 조직 내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복귀한다. 직관적이고 저돌적인 그에게 붙은 별명은 ‘사신’. 그의 곁에는 동기이자 팀장 서수연(박하선), 천재 요원 유제이(김지은)가 있다. 드라마는 ‘흑양팀’의 몰락, 상무회라 불리는 비밀 집단, 중국 마약 조직 화양파 등 다양한 세력이 얽히면서 서사가 거대하게 확장된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9.8%를 기록하며 침체기였던 MBC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웨이브 오리지널로 동시 공개돼 OTT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치밀한 첩보전, 내부 배신에 대한 서늘한 묘사, 그리고 남궁민의 강렬한 연기가 맞물리며 한국 첩보 액션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남았다.
4. 웨이브 ‘약한영웅’ 시리즈 (2022, 2025)
‘약한영웅’ 시리즈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학원 액션 드라마다. 2022년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1’은 연시은(박지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겉보기에는 연약한 모범생이지만, 타고난 두뇌와 치밀한 전략으로 폭력에 맞선다. 시은은 의리의 파이터 안수호(최현욱), 새 출발을 꿈꾸는 오범석(홍경), 가출 청소년 전석대(신승호), 영이(이연)와 얽히며 거친 싸움 속으로 들어간다.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실체와, 친구를 지키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액션과 성장 서사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줬다. 작품은 넷플릭스 공개 이후에도 글로벌 70개국에서 TOP10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이어 올해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2’는 은장고라는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친구를 잃었다는 트라우마를 안은 연시은은 다시는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더 큰 폭력에 맞선다. 나백진(배나라), 금성제(이준영), 박후민(려운) 등 새로운 인물들이 가세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특히 금성제와의 격렬한 액션은 시즌의 백미로 꼽힌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학원 액션 장르의 저력을 입증했다.
5. 넷플릭스 ‘마이 네임’ (2021)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윤지우(한소희)의 복수극이다. 그는 범인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동료였던 조직 보스 최무진(박희순)을 찾아간다. 최무진은 그를 마약 조직 동천파에 받아들이고, 경찰에 스파이로 심는다. 윤지우는 오혜진이라는 신분으로 잠입해 형사 전필도(안보현)와 함께 수사를 이어간다.
복수심과 신뢰 사이에서 갈등하는 윤지우는 결국 진실에 다다른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다름 아닌 최무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드라마는 여성 주인공의 서늘한 복수와 잔혹한 액션을 강렬히 묘사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10에 진입해 83개국 이상에서 흥행했다.
한국 액션 드라마는 단순한 총격전이나 격투 장면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의 운명을 건 첩보전, 범죄를 소탕하는 아이러니한 정의, 배신과 복수가 교차하는 서사, 그리고 학교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까지. 이 다섯 편은 한국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서사의 폭과 깊이를 증명했다. 한 편의 작품이 남긴 긴장과 여운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