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관객 수는 154만 명에 그쳤지만 아직까지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 코믹 영화로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코미디·액션 장르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 영화다. 정용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박용우, 이보영, 성동일, 조희봉이 출연해 역사적 시대의 무게감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인물들의 활약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작품은 진지한 시대극이 아닌, 해방을 앞둔 혼란한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오락극으로, 재치 있는 대사와 활기찬 전개가 특징이다.
웃음으로 풀어낸 일제강점기 오락극
영화의 중심에는 전설의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둘러싼 쟁탈전이 있다. 일본군과 친일파, 독립운동 세력, 사기꾼, 도둑이 얽히며 각자의 욕망이 부딪히는 가운데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탐욕과 기지, 정의와 생존이 맞부딪히는 대결은 보물 찾기를 넘어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생동감 있는 초상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최고의 사기꾼 본구(박용우)와 경성 제일의 도둑 춘자(이보영)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대립하며 긴장감과 웃음을 함께 만들어낸다. 본구는 영리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춘자는 당당하고 매력적인 도둑으로 등장해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의 대립은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묘한 감정선으로 이어지며 작품의 중심축을 이룬다.
정 감독은 “웃음 속에서도 시대의 묘미를 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영화는 역사적 사실이나 교훈적 메시지보다는 오락성과 풍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군의 탐욕과 독립군의 의지, 사기꾼들의 재치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활극처럼 흘러간다.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인물들의 유머와 재치를 통해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시각적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40년대 경성의 거리와 복식, 재즈 음악을 정교하게 재현해 당시의 정취를 생생하게 전한다. 영화 속 재즈 클럽, 일본식 건물, 화려한 거리의 네온사인 등은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게 보여주며 관객을 그 시대로 이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박용우는 영리하고 유쾌한 사기꾼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이야기의 추진력을 이끈다. 이보영은 당차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능숙한 연기를 펼친다. 두 배우의 호흡은 가볍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로맨틱 코미디적 요소까지 더한다. 성동일과 조희봉은 ‘미네르빠’ 사장과 요리사로 등장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정확한 타이밍의 유머로 관객에게 꾸준한 웃음을 선사한다.
연출은 빠른 전개와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긴장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다이아몬드를 쫓는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장면은 스릴 넘치게 전개되고 그 사이사이에 코믹한 장면들이 적절히 배치돼 지루할 틈이 없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개봉 당시 약 1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대형 흥행작은 아니었지만 관객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몇 번을 봐도 재밌다”, “박용우의 연기가 일품이다”, “조연들의 명연기가 돋보였다”, “한국식 인디아나 존스 같다”, “가볍게 보기 좋은 오락영화” 등의 후기들이 이어졌다. 이처럼 영화는 대중성과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회자됐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긴장감 속에서도 웃음과 활력을 잃지 않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경성의 밤거리를 누비는 사기꾼과 도둑, 그들을 둘러싼 권력과 욕망의 한탕극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당시의 세밀한 재현과 배우들의 개성, 유머와 리듬감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오락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