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전 세계 '2조' 흥행 터졌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힘 못 쓴 문제의 외화

전 세계 ‘2조’ 흥행 터졌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힘 못 쓴 문제의 외화

전 세계 휩쓴 ‘바비 신드롬’과 흥행 대기록, 유독 한국에서만 얼어붙은 이유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023년 개봉한 영화 ‘바비’는 글로벌 완구 기업 마텔의 주요 장난감 ‘바비’를 원작으로 제작된 실사 영화다. ‘작은 아씨들’에서 온 인형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토대로 영화는 완벽한 가상 세계인 ‘바비랜드’에 살고 있던 바비와 켄이 현실 세계로 나아가며 겪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인형들의 이상향 ‘바비랜드’, 현실 세계의 균열을 마주하다

영화는 인류의 시작을 패러디한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포문을 연다. 어린 소녀들이 아기 인형을 가지고 엄마 놀이만 반복하던 아득한 과거, 그들 앞에 성인 여성의 모습을 한 ‘바비’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소녀들은 마치 해묵은 관습과 낡은 놀이법에서 마침내 해방된 듯 기존의 아기 인형을 미련 없이 부수고 바비를 열렬히 맞이한다. 이 장면을 지나 화면은 본격적으로 바비들이 주체적인 삶을 누리는 공간인 ‘바비랜드’로 넘어간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바비랜드는 여성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상향이다. 이곳의 대통령, 대법관, 의사, 노벨상 수상자 등 사회의 모든 요직과 전문직은 바비들의 차지다. 반면 남성 인형인 ‘켄’들은 주도적인 직업 없이 오직 바비들의 곁에서 눈길과 인정을 받기만을 갈구하는 부차적인 인물로 살아간다. 주인공 바비는 매일이 축제 같고 완벽한 하루를 무한히 반복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어느 날 화려한 파티 도중 불현듯 ‘죽음’이라는 낯선 개념을 떠올리면서 바비의 완벽했던 세계에는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언제나 까치발을 유지하던 발바닥은 땅에 평평하게 닿게 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불안감이 바비를 엄습한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비는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상한 바비’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그곳에서 바비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며 교감하는 인간의 우울한 감정이 동기화돼 포털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바비는 뒤틀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현실 세계로 향하는 포털에 몸을 싣고 바비의 차에 몰래 동승한 켄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다.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던 바비랜드와 달리 현실 세계는 바비에게 커다란 혼란과 충격을 안겨준다. 현실 속 인간들은 바비를 향해 낯선 눈초리와 노골적인 조롱을 보내며 바비는 난생처음으로 위협과 소외감을 느낀다. 반면 바비랜드에서 늘 소외됐던 켄은 현실 세계의 철저한 남성 중심 사회를 목격하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가부장제에 사로잡힌 켄은 그 방식을 자신의 고향에 들여놓겠다는 야망을 품고 바비 몰래 바비랜드로 먼저 복귀한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그 사이 현실에 남겨진 바비는 자신을 장난감으로 소유했던 소녀 사샤를 찾아내지만 사샤로부터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원망 섞인 비판을 듣고 큰 상처를 입는다. 그러던 중 마텔사의 직원이자 사샤의 어머니인 글로리아와 마주치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바비를 흔들리게 만든 우울함의 출처는 사샤가 아니라 직장 생활과 육아에 지쳐 가상으로 우울한 바비의 도안을 그렸던 글로리아의 마음이었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바비는 글로리아, 사샤 모녀와 함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바비랜드로 돌아오지만 이미 그곳은 가부장제를 습득한 켄들이 장악한 ‘켄덤’으로 바뀌어 있었다. 과거 주체적이었던 바비들은 켄들의 세뇌와 가스라이팅에 휘둘리며 자아를 잃은 채 하녀나 치어리더 같은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었고 주인공 바비 역시 거대한 무력감에 빠져 눈물을 흘린다.

평단·관객 사로잡은 그레타 거윅, 2023년 글로벌 박스오피스 대기록

이처럼 정교한 서사와 메시지를 담은 영화 ‘바비’는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엠바고 해제 직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0%를 기록하며 신선 마크를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메타스코어 80점, 레터박스 4.2점을 기록하며 그레타 거윅 감독의 전작들에 이은 명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일반 관객들의 반응 역시 뜨거워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 90%, IMDb 평점 7.7점, 시네마스코어 A 등급을 기록하며 흥행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평단의 호평은 전례 없는 박스오피스 대흥행으로 번졌다. 오프닝 데이 전 세계 성적 1억 7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23년 개봉작 중 가장 높은 글로벌 오프닝 성적을 갈아치웠다. 개봉 4일 차에는 3억 5632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북미를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만 1억 9430만 달러를 벌어들여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뒤를 잇는 2023년 전 세계 오프닝 성적 2위에 올랐다. 아이맥스 등 상영 포맷이 Dolby Cinema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제약 속에서도 개봉 5일 차에 4억 1440만 달러, 개봉 7일 차에 5억 3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고무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주 차에도 흥행 열기는 식지 않았다. 개봉 10일 차에 흥행 수익 7억 7800만 달러를 넘기며 202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위로 올라섰고 개봉 12일 차에는 8억 5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여성 단독 감독 작품 중 흥행 1위라는 기념비적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어 개봉 14일 차에는 9억 달러의 고지를 밟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를 제치고 202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그러나 전 세계를 휩쓴 ‘바비 신드롬’도 유독 한국 시장의 높은 벽은 넘지 못했다.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의 폭발적인 신드롬에 비하면 국내 예매율과 스코어는 다소 초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서구권에 비해 국내에서 ‘바비 인형’에 대한 문화적 향수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국내 관객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예고편과 본편이 지닌 풍자적 분위기 및 메시지와 결을 달리했다는 점 등이 초기 흥행 저조의 원인으로 보인다.

Latest news

Related news

이슈피커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