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대본 읽자마자 오열한 여배우가 출연해 영화제 휩쓴 ‘한국 영화’

대본 읽자마자 오열한 여배우가 출연해 영화제 휩쓴 ‘한국 영화’

영화 ‘생명의 은인’ 제12회 부산여성영화제 장편 부문 최우수상

영화 ‘생명의 은인’ 대본을 읽자마자 펑펑 울었다는 배우 김푸름. / ㈜영화특별시SMC 제공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만남은 뜻밖의 순간에 찾아온다. 영화 ‘생명의 은인’은 그런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이유로 세상을 믿지 못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지난 2일 막을 내린 제12회 부산여성영화제에서 장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579편의 출품작 중 본선에 오른 17편을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부산여성영화제는 ‘몸의 평화를 기원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들을 소개했다. ‘생명의 은인’은 그중에서도 관계의 복잡함과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화제 측은 “의심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예상치 못한 유대감으로 발전하며, 여성들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런던한국영화제’ 초청, 세계 무대로 향하다

배우 송선미. / ㈜영화특별시SMC 제공

‘생명의 은인’은 오는 9일 개막하는 제20회 런던한국영화제 ‘WOMEN’S VOICES’ 부문에서도 상영된다. 여성 감독과 배우들의 서사를 집중 조명하는 이 섹션에는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 ‘홍이’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방미리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송선미, 김푸름 두 배우의 호흡이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초청받은 바 있어, 그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두 사람의 ‘기묘한 동행’, 어디서부터 진실일까

배우 김푸름과 송선미. /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는 세상을 믿고 싶은 열아홉 소녀 세정(김푸름)과 세상을 속이며 살아온 시한부 은숙(송선미)의 동행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은숙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자립청년 세정을 찾아가 자신이 과거 화재사고 때 그녀를 구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수술비 마련을 이유로 세정에게 정착지원금 500만 원을 요구한다. 진실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얽히며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은숙의 행동은 한편으로는 수상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이 공존한다. 냉소적이면서도 세정의 순수함에 흔들리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유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방미리 감독은 이 여정을 추리극의 형식과 로드무비의 리듬감으로 풀어내며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송선미,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영화 ‘생명의 은인’ 스틸컷. / ㈜영화특별시SMC 제공

은숙 역의 송선미는 이전까지 세련되고 차분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을 통해 완전히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송선미는 “은숙은 한눈에 단정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의심스럽지만, 또 다른 장면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 낯섦이 인물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방미리 감독은 “송선미는 등장 순간부터 스크린을 장악한다. 대사 하나하나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은숙이라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송선미는 앞서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북촌방향’, ‘도망친 여자’ 등에서 감정선을 절제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색을 입으며 ‘생명의 은인’을 통해 연기 인생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본 읽자마자 울었다”…김푸름의 솔직한 고백

영화 ‘생명의 은인’ 제12회 부산여성영화제 장편 부문 최우수상. / ㈜영화특별시SMC 제공

세정 역을 맡은 김푸름은 지난 달 30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미팅이 잡히기도 전이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펑펑 울었다. 끝까지 읽고 나니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정을 연기하며 “부모님이 없다는 점만 빼면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았다. 성격도 비슷해서 몰입이 자연스러웠고, 세정의 감정이 곧 내 감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푸름은 스크린 속에서 불안하고 외로운 열아홉 청춘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생명의 은인’ 긴장감 속 여운 남긴 엔딩 결말

영화 ‘생명의 은인’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영화특별시SMC 제공

방미리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세정과 은숙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다뤘다. 인물 간의 긴장감이 서서히 누적되다 해소되는 흐름은 현실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두 인물이 함께 떠나는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이다. 영화의 결말은 다소 급하게 전개되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관객들은 스크린이 꺼진 뒤에도 ‘진짜 생명의 은인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생명의 은인’은 지금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방미리 감독의 세밀한 연출과 두 배우의 농도 짙은 연기가 만나, 단순한 휴먼드라마를 넘어선 감정의 깊이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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