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560만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좀비딸’을 제치고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어쩔수가없다’ 청룡영화상 6관왕 휩쓸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기술상, 음악상까지 휩쓸었다. 감독상은 미국에 체류 중이던 박 감독 대신 배우 이성민이 대리 수상했다. 이성민은 “20년 전부터 품어온 꿈이 이뤄졌다.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준 배우와 스태프 덕분”이라며 박 감독의 메시지를 현장에서 전했다.
배우 손예진은 이번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영화 ‘미리’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다시 한 번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손예진은 소감에서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앞으로도 발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며 진심을 담았다. 손예진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은 2008년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두 번째다.
남우조연상은 ‘구범모’ 역의 이성민에게 돌아갔다. 그는 박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영화 홍보를 하며 쌓은 동료 배우들과의 우정도 소중하다”는 진솔한 소감을 남겼다.
현실을 정면으로 그린 노동 이야기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 분)의 인생을 따라간다.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과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만수에게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모든 것을 뒤흔든다.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는 각오와 달리 그는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이력서를 내고 면접장을 오가다 급기야 어렵게 마련한 집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문 제지’를 찾아간 만수는 ‘선출’(박희순) 반장에게 굴욕을 맛보지만 오랜 경력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고 결심한다.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는, 실직의 아픔과 가족을 위한 집념, 다시 한 번 삶을 일으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손예진이 연기한 이미리는 극 중 만수의 아내로 남편의 실직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가족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미리는 밝고 능동적이면서도 한층 깊어진 감정선을 드러낸다. 극 중 설정상 미혼모였던 과거가 드러나며 더 입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상을 완성했다.
이성민이 맡은 구범모는 한때 제지업계의 베테랑이었지만 만수처럼 구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같은 세대, 비슷한 처지에서 서로를 경쟁자로 삼아야 하는 현실은 영화가 던지는 ‘노동자 간 갈등’이라는 묵직한 질문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한 달 만에 293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람객 반응은 뜨겁다. “노사갈등이 아니라 노동자끼리의 갈등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깊고 날카롭게 파고든다”, “제목이 모든 걸 설명한다”, “가장으로 산다는 것, 그 무게와 현실을 한국 영화에서 이토록 깊게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 “처음에는 불쾌할 만큼 현실적이지만 두 번째 관람에서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디테일이 살아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