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일상 속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친구를 만날 때, 가족과 식사할 때, 어색한 사람과 할 이야기가 없을 때도 최근 본 영화를 이야기하며 감상을 나누곤 한다. 한국에서 영화를 더 깊이 보고 이야기하는 문화를 널리 알린 인물로는 이동진 평론가가 있다. 그는 ‘평론계의 아이돌’로 불릴 만큼 높은 인지도와 신뢰를 쌓아왔다. 최근 이동진이 직접 선정한 베스트 천만 영화 3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각 작품이 천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와 그가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인지 다시 살펴본다.
3위, 한국 사극의 정상 ‘왕의 남자’
먼저 이 평론가가 꼽은 최고의 천만 영화 3위는 ‘왕의 남자’다.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절대 권력자의 욕망과 광대들의 자유를 집요하게 그린 작품이다.
왕이 모두를 소유할 수 있었지만 끝내 가질 수 없었던 광대들의 자유, 그리고 그 자유 때문에 결국 비극에 빠지는 운명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그려냈다. 영화는 조선 최초 궁중 광대들의 대담한 이야기로 시작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은 이전에도 높이 평가받았지만 ‘왕의 남자’는 사극영화의 한계를 넓혔다는 평가가 많다. 홍보보다 완성도로 인정받은 결과였다. 이 평론가도 영화가 순수한 작품성으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단점으로는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던 데 비해 ‘왕의 남자’에서는 특별히 뛰어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불러 모으고, 억지 신파나 스크린 독점 없이도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결국 ‘왕의 남자’는 오랜 시간 동안 사극의 정점을 보여주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2위, 한국 괴수영화의 새로운 기준 ‘괴물’
2위는 영화 ‘괴물’이다. ‘괴물’은 한강 둔치에서 평소처럼 장사를 하던 한 가족의 앞에 괴물이 나타나면서 빼앗긴 가족의 평화를 그렸다. 딸 현서를 지키려 했던 아버지와 각자의 상처와 책임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 모두가 괴물의 등장 이후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뀐다.
현서를 데려간 괴물 때문에 가족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한강 폐쇄 구역을 헤맨다. 절망 속에서 가족은 오직 현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움직인다. 이 영화는 괴수영화의 전형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평론가는 ‘괴물’을 괴수영화의 최고봉이라고 평했다. 해외 작품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영화 이후로 한국에서 새로운 괴수영화가 등장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괴물’이 기준을 너무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괴물’이 남긴 충격과 몰입감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완성도와 긴장감, 그리고 가족애까지 한 작품에 모두 담아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1위, 세계 사로잡은 ‘기생충’
1위는 바로 ‘기생충’이다. 2019년 개봉한 ‘기생충’은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다시 썼다.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 가족이 고액 과외 자리를 얻으면서 시작된다. 장남 기우가 글로벌 IT기업 CEO 박 사장의 집에 들어가며 두 가족의 운명이 얽히게 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만남이지만,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이 평론가는 ‘기생충’이 비전과 결과물 사이의 간격이 거의 없는, 완벽에 가까운 영화라고 분석한다. 단점을 꼽자면 모든 성과를 가져가서 오히려 얄밉다는 점을 들었다. 그만큼 흠을 찾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기생충’은 서민 가정과 부유한 가족의 만남,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의 벽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대사 하나하나와 연기, 미장센 모두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사건을 이끈다. 영화는 해외 언론과 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를 비롯해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국내 천만 영화 1위부터 3위까지, 세 편의 영화는 각각 장르와 시대를 달리하지만 모두 한국 영화계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작품성, 대중성, 관객의 사랑을 동시에 얻어낸 영화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