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5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거리마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퍼지던 시기, 극장가에는 한겨울에도 보기 어려운 열기를 품은 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바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아가씨’다. 작품은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부터 수위 조절 없는 제작 방침이 알려지며,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강렬한 예고편이 공개되자 화제성은 더욱 높아졌고, 기존 한국 영화와는 차별화된 분위기로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영화 ‘아가씨’, 꼬인 인연과 속임수
‘아가씨’는 외딴 저택을 배경으로 세 인물이 서로의 속셈을 숨긴 채 얽혀드는 이야기다. 일본 귀족 가문의 아가씨 히데코, 저마다 목적을 가진 하녀 숙희와 백작이 등장하며, 각자 내세우는 얼굴과 감춰둔 본심이 얽히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주요 인물들은 저마다 숨겨진 과거와 복잡한 심리를 지녔다. 히데코(김민희)는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었다. 어머니는 출산 직후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도 일찍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고아가 된 히데코는 조선으로 와 이모부와 함께 살며 저택에서 제한된 일상을 반복한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이모부의 감시와 통제 아래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숙희(김태리)는 복잡한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어머니를 잃고 복순의 손에 자라나며 소매치기 기술을 익혔다. 복순은 전당포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범죄에 이용하는 인물이다. 숙희 역시 계획에 따라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지만, 점차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속물적인 욕망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동시에 드러난다.

백작(하정우)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후 귀족 신분을 사칭한다. 그는 저택에 접근하기 위해 서책 복원과 그림 복구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 백작의 목표는 히데코와의 결혼을 통해 재산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이 크다.
최초 벌칸상 수상… 19관왕 등극
‘아가씨’는 2016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작품상은 놓쳤으나, 미술감독 류성희가 미술, 음향, 촬영 등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아 벌칸상을 수상했다. 이는 미술 부문 첫 수상이자 한국 영화에 새로운 기록을 남긴 순간이었다.

해외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뉴욕 타임스, 버라이어티, 빌리지 보이스, 할리우드 리포터 등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으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이후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5%, 평점 8.3, 메타크리틱 84점 등 2016년 한국 영화 중 최고 수준의 점수를 기록했다. 로튼 토마토 2016년 영화 100선 중 24위, 메타크리틱 세계 영화 순위 9위에 올랐고, 미국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는 19관왕을 달성했다.

‘아가씨’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소재와 미장센, 치밀한 반전 전개로 국내외 관객 모두에게 강렬함을 남겼다. 정체를 숨기고 서로를 속이며 심리전을 벌이는 등장인물, 이야기 구성, 미술과 음향 등 완성도 높은 기술력까지 모두 인정받았다. 작품은 한국 영화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