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드라마 ‘단죄’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회 시청률은 0.2%에 그쳤고 2회에서는 0.1%로 더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0%대 시청률에 머무르면서 드라마맥스 편성표의 구석에서 조용히 묻히는 듯했다. 낮은 채널 인지도와 지상파 대작들의 파상 공세 속에서 ‘단죄’는 긴 침체의 터널을 거쳐야 했다. 방송가에서는 “주연급 스타 없이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차가운 시선도 이어졌지만 의외로 작품은 OTT 플랫폼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OTT 공개 후 순위 역주행과 입소문 확산
지난달 31일 ‘단죄’는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서비스 개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부문 3위에 오르며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졌다. 주목받는 배우 대신 신예와 베테랑 조연의 조합 거기에 현대 사회의 민감한 범죄 이슈인 딥페이크와 보이스피싱을 전면에 내세운 소재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제작진은 회당 3억 원에 달하는 스타 캐스팅 대신 극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에너지에 투자했다.
주인공 하소민 역을 맡은 이주영은 경찰대를 자퇴하고 배우의 길을 걷다 가족을 보이스피싱 범죄로 잃고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 인물이다. 소민은 자신을 파괴한 범죄조직에 맞서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로 신분을 속이고 일성파 내부로 침투한다. 이 과정에서 처절한 복수와 죄책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장 마석구(지승현)는 소민의 엄마를 교통사고로 다치게 만든 장본인이다. 냉혹함을 숨긴 채 범죄를 이어가는 마석구의 모습은 극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소민의 옆에는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엘리트 형사 박정훈(구준회)이 있다. 강한 정의감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진 박정훈은 소민과 함께 일성파의 실체를 파헤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각각의 인물이 가진 사연과 욕망 그리고 서로 얽힌 관계는 드라마의 전개를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
방영 당시 ‘단죄’의 케이블 시청률 부진은 한정된 채널 노출과 낮은 인지도 같은 시간대 방영된 지상파 드라마와의 직접 경쟁에서 비롯됐다. OTT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넷플릭스 공개 직후 ‘단죄’는 기존 방송 플랫폼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청층을 끌어들이며 일일 시청 톱3에 오르는 등 온라인 화제성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속 재생에 최적화된 전개 밀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 현실 범죄를 소재로 한 스토리라인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단죄’는 스타 없이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OTT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작품 자체의 힘과 독창성 신선한 배우들의 조합이 성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전처럼 유명 배우나 화려한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독특한 소재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입소문을 타며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단죄’의 성공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본의 힘과 배우들의 몰입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전개가 더 큰 주목을 받게 됐다. OTT의 등장으로 시청률이라는 수치에만 집착하던 방송가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플랫폼별 시청 패턴과 소비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진짜 승부는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앞으로도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참신한 기획과 배우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가 힘을 발휘하는 드라마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단죄’는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 저예산 무명 배우 비인기 채널이라는 한계를 딛고 오히려 플랫폼의 특성과 시청자 취향을 정면으로 겨냥한 기획력으로 주목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