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송된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첫방송 9%로 출발해 평균 시청률 20.8%, 최고 시청률 37%, 분당 최고 시청률 52%라는 기록적인 성적으로 한국 드라마 역사에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방영 내내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9주 연속 주말극 1위를 차지, ‘주말드라마=20%’라는 공식까지 만들어냈다. ‘왔다! 장보리’는 동시간대 경쟁작을 압도하며 2010년대 9시대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과 평균 시청률을 모두 갈아치웠고 막강한 파급력으로 후속작들의 시청률도 견인했다.
작품은 신분이 뒤바뀐 두 여자와 그들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려내며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작품은 장보리(오연서), 연민정(이유리), 박수미(김용림) 세 인물을 중심으로 출생의 비밀, 가족사의 뒤얽힘, 치열한 욕망과 용서가 교차하는 인간군상의 드라마로 완성됐다.
연민정, 악역의 새 역사 쓰다
장보리는 극 중 가장 극적인 운명을 살아가는 인물로 한때 대가문의 귀한 딸이었으나 어린 시절 사고로 기억을 잃고 전혀 다른 삶으로 내던져진다. 본명은 장은비지만 도혜옥과 연민정 모녀 밑에서 ‘도보리’라는 이름으로 국밥집 일을 하며 성장했다. 집안의 부침 속에서도 한복 바느질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결백을 밝힐 줄 아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장보리는 반복되는 오해와 배신에도 불구하고 주변 인물을 쉽게 미워하지 않으며 끝내 사람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는 선택을 거듭한다. 이처럼 착함과 미숙함, 강단과 흔들림이 한데 어우러진 캐릭터는 드라마의 중심축이 됐고 오연서의 섬세한 연기력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했다.
반면 연민정은 ‘왔다! 장보리’를 대표하는 악역으로 이유리의 연기가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가난한 국밥집 딸로 태어나 출신에 대한 열등감과 결핍을 품고 자란 연민정은 부유한 삶을 향한 집착이 점차 모든 판단과 행동을 지배한다. 장은비의 삶을 빼앗고 상류층에 올라서기 위해 거짓말과 조작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사랑마저 수단으로 삼고 심지어 아이까지 도구로 활용한다. 그렇게 끝없는 욕망과 불안에 갇힌 채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연민정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비극적 존재로 남았다. 이유리는 해당 작품으로 악역 연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이후 ‘역대급 악역’의 상징이 됐다.
비술채의 정신적 기둥 박수미 역시 ‘왔다! 장보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침선장의 자리를 두고 며느리인 송옥수와 김인화를 경쟁시키며 공정과 원칙을 강조했고 야망과 뇌물에 흔들리려는 김인화를 단호히 제지했다. 그는 한복을 완성하는 손길과 숨결만으로도 진짜 장인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지녔다. 장보리가 장은비임을 알게 된 순간 박수미가 흘린 눈물에는 오랜 시간 잃었던 가족을 다시 만난 안도와 세월에 대한 깊은 후회가 동시에 담겼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합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고 죽음을 앞두고는 김인화마저 품으며 비술채의 모든 시간을 정리한다. 박수미는 엄격함과 포용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전통과 가족 모두를 지키려 했다.
‘왔다! 장보리’가 방영될 당시 연민정의 악행이 극으로 치달을수록 시청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유리는 드라마를 통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시청자 투표로 선정된 수상이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은 국민 드라마의 저력을 입증했다.
시청률 신화, ‘왔다! 장보리’의 기록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20.8%를 기록하며 2010년대 9시대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과 평균 시청률을 동시에 달성했다. ‘왔다! 장보리’의 대성공 덕분에 후속작 역시 20%를 넘는 시청률을 이어받았고, MBC 주말드라마는 ‘기본 20%’, KBS 주말드라마는 ‘기본 30%’라는 새로운 공식까지 생겼다.
탄탄했던 KBS 주말드라마조차 ‘장보리’의 기세에 눌려 35회부터 종영 시점까지 9주 연속 정상 자리를 내주었고 동시간대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막주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2위로 내려앉았다. 경쟁작 ‘가족끼리 왜 이래’조차 초반 고전을 겪을 만큼 ‘장보리’의 파급력은 그 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왕가네 식구들’에 버금갔다. KBS에서 방영됐다면 55%, MBC 주말 특별기획 시간대였다면 45%까지 넘겼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시청률이 침체돼 있던 9시대에 37%까지 오른 기록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2%까지 치솟았으며 드라마 곳곳에서 몰입을 부르는 명장면들이 수없이 탄생했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왔다! 장보리’는 막강한 흡인력과 파괴력을 지닌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여전히 2010년대 한국 드라마의 상징적인 성공작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