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다시 한 번 한국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극장 개봉 당시 29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해당 작품은 이병헌과 손예진의 조합만으로도 일찌감치 주목을 끌었다. 개봉 전부터 원작 소설이 가진 묵직한 이야기와 한국 사회 현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영화계와 대중 모두 기대감을 드러냈다.
‘어쩔수가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의 민낯
‘어쩔 수가 없다’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미 해외에서 여러 차례 영화화된 작품을 박 감독은 한국 사회의 정서와 현실로 새롭게 각색했다. 영화는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적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한 가족의 가장이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직의 충격, 가족을 지키려는 처절함, 생존을 위한 선택이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며 긴박하게 그려진다.
박 감독의 연출력은 온라인 화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등장인물의 심리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과 공간의 분위기, 세밀하게 조율된 편집과 장면 전환이 영화의 흐름을 이끈다. 관객은 순간마다 높아지는 긴장감 속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 만수 역을 맡은 이병헌은 실직 후 벼랑 끝에 몰린 가장의 복잡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함과 무너진 자존심, 흔들리는 감정이 이병헌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손예진은 가족의 중심을 지키려 애쓰는 미리 역으로 절제된 감정 연기로 극의 무게를 더한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극 전체에 탄탄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조연 배우들의 역할도 돋보인다.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 각 인물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희미한 구조 속에서 각자 내리는 선택이 영화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작품은 한 사람의 일탈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관객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가 다루는 문제의식은 실제 현실과도 깊이 연결돼 있다. 고용 불안, 무너지는 중산층, 가족 부양의 압박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고민들이 영화 전반에 녹아 있다. 한 번의 실직이 삶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며 생존을 위한 선택의 순간마다 도덕과 본능이 충돌한다.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을 보며 자신에게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하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는 계급 대립을 전면에 내세운 ‘기생충’과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영화는 모두가 비슷한 처지에서 서로를 밀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직시한다. 경쟁이 치열한 현실과 그 안에서 누군가를 앞서기 위해 옆 사람을 등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해외 영화제 호평, 국내외 평단 인정
어쩔 수가 없다’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미디어 프레스 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뒤 국제 비평가들로부터 일찌감치 호평을 이끌어냈다. 심지어는 영화 상영이 끝나고 기립박수라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 비평가 평점 7위, 이탈리아 비평가 부문 3위, 국제 평론가 부문 7위에 오르는 등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수상에는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작품성뿐 아니라 대중성과 완성도 면에서도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박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어쩔 수가 없다’는 보다 폭넓은 관객층에 어필하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감독 본인 역시 이번 영화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길 바랐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영화 전문 매체에서도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와 메타크리틱 86점 등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국내외 평단 모두에서 인정받았다.
이처럼 극장과 영화제, 온라인 스트리밍까지, ‘어쩔 수가 없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객과 만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