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방영된 드라마 ‘괴물’은 시청률은 한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작품성에 대한 극찬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다. 작품은 화려한 수사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경찰상에 집중한다. 영화와 드라마 속 ‘경찰’ 하면 떠오르는 강력계 형사와는 달리 ‘괴물’의 무대는 소도시의 파출소다.
‘괴물’이 그려낸 1%의 경찰 이야기
대부분의 시청자가 익히 알고 있는 ‘경찰의 꽃’은 강력계 형사지만 실제로 경찰 인력의 70%는 각종 민원을 처리하고 일상을 지키는 지구대·파출소 소속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경찰은 범죄 수사, 교통사고 처리, 실종자 수색, 동물 구조, 각종 변칙적 사건 해결까지 맡으며 말 그대로 ‘경찰계의 종합예술인’이라 불린다.
드라마는 그런 파출소 경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과거 강력계 형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동식(신하균 분)은 큰 사건 이후 만양 파출소로 내려와 일상을 지키는 경사가 된다. 법과 수사에 밝고 주민의 사소한 일까지 외면하지 않는 집요한 성격을 지녔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동식은 20년 전 실종된 쌍둥이 동생 이유연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견뎌왔고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며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진실을 좇는 집념과 죗값을 감당하려는 태도는 인물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한주원(여진구 분)은 반듯하고 예민한 성격의 형사로 서울청 외사과에서 불법 체류 여성 연쇄 피살 사건을 추적하던 중 20년 전 미제 사건에 얽힌 이동식에 주목한다. 스스로 만양으로 내려온 그는 이동식을 집요하게 관찰하며 의심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원칙과 믿음이 흔들린다. 수사 과정에서 마주한 인물들과 사건은 그에게 인간에 대한 믿음, 책임, 죄책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괴물’은 한때 강력계 형사였던 이동식과 대도시에서 내려온 엘리트 한주원이 변두리 파출소에서 ‘괴물’을 추적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두 인물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공조하며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다. 선악 구도를 넘어 각자의 상처와 죄책감, 진실에 대한 집착이 캐릭터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경찰 조직과 권력의 민낯,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까지 치밀하게 드러내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7개 부문 노미네이트, 3관왕의 쾌거
작품은 무겁고 날카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배치된 조연들의 입체적인 연기로 극의 활력이 살아난다. 최대훈, 김신록, 천호진, 남윤수, 허성태 등 유명 배우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괴물’은 범죄물의 틀을 넘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절절한 감정과 변두리에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지켜내는 인간적인 연대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방영 기간 동안 ‘괴물’은 시청률 4~5%대를 유지하다가 최종회에서 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연쇄 살인 추적극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고정 시청자층의 두터운 지지를 얻으며 블루레이 프리미엄판이 빠르게 제작될 정도로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종영 이후에는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국내 시청 1위에 오르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고 이후에도 ‘많이 본 작품’ 상위권을 유지했다.
평단과 시청자 모두로부터 ‘연출·대본·연기 모든 부문에서 구멍이 없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작품은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 상실의 상처, 진실을 가리는 흑막 등 현실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드러냈다. 매회마다 반전과 반전이 이어지며 예측을 뛰어넘는 전개, 깊은 주제 의식, 묵직한 메시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말부에서는 모든 서사를 완벽히 마무리하고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 역시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용두사미’가 아닌 ‘용두용미’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tvN ‘시그널’, ‘비밀의 숲’ 시즌1과 함께 한국형 범죄스릴러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1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7개 분야에 노미네이트, 작품상, 극본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등 총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