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75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밀정’은 개봉 첫날 28만 명 이상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이후 흥행 추세를 이어 가며 단 5일 만에 200만 명, 10일째에는 400만 명을 넘겼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20만 명을 가뿐히 돌파한 뒤에도 관객 수는 빠르게 늘어 개봉 2주 만에 600만 명을 기록하고 최종적으로 7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 영화계에서 스파이 서사와 역사극을 접목한 영화로 이처럼 높은 흥행 성과를 거둔 사례는 드물다.
1920년대 조선, 실존 사건에 기반한 첩보극
‘밀정’은 실존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의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과 이들을 추적하는 일본 경찰의 팽팽한 첩보전을 그린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송강호와 공유, 한지민이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주인공 이정출(송강호)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로, 의열단을 감시하고 해체하라는 명령을 받고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서로가 감시자이자 표적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심을 숨긴 채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팽팽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독립을 향한 신념으로 움직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체제를 위한 충성심 속에서 갈등이 깊어진다. 이 과정에서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는 계획을 세우고, 일본 경찰은 이들을 쫓기 위해 상하이까지 추적해 들어간다.
이정출은 임시정부 소속 통역으로 활동하다 일본 경찰로 전향한 인물이다. 조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경무국 경부 직위에까지 오른 그는 스파이 역할을 수행하며 의열단 내부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작전을 돕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인다. 영화는 이정출의 심리 변화와 정체성 혼란,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선택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김우진은 경성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독립운동을 이어 가는 의열단의 핵심 인물이다.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이지만, 동료 단원인 연계순(한지민)과의 관계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난다. 의열단의 거사를 위한 폭탄 반입 작전이 본격화되면서 그는 이정출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게 되고, 이들의 동행은 서로 다른 목적과 감정 속에서 겹쳐진다.
국내외 영화제 초청부터 연출상까지, 작품성 인정받아
‘밀정’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과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으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평단 역시 작품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개봉 직전 발표된 씨네21 평론가들의 평균 평점은 7.43점으로, 다수의 평론가들이 7~9점 사이를 부여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5점 만점에 3.5점을 주며 “우아하고 진중한 서스펜스 영화”라고 평했다.
‘밀정’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국내에서 처음 투자·제작한 영화로도 주목받았다. 한국 진출 초기에 수많은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작품은 처음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수익과 명성을 동시에 거머쥔 사례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