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극장가에 강렬한 한 방을 날린 범죄 액션 영화가 있었다. 바로 홍원찬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 영화는 마지막 암살 임무를 끝낸 킬러와 그에게 형제를 잃은 복수자의 치열한 추격을 그리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기독교 주기도문 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영화는 이처럼 선과 악, 구원과 파멸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특히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황정민과 이정재의 재회는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태국에서 시작된 납치 사건, 암살자와 복수자의 추격
영화의 시작은 태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납치 사건이다. 암살자로 살아가던 인남(황정민)은 해당 사건이 자신의 과거와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유이(박정민)라는 조력자를 만나 사건의 실마리를 쫓기 시작한다. 한편 일본 야쿠자의 일원이자 냉혈한 살인자 레이(이정재)는 형 고레다가 인남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복수의 칼날을 들고 인남을 추격한다. 일본, 대한민국, 태국을 오가는 무자비한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극 중 인남은 과거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무력 임무를 수행했던 특수 요원 출신이다. 조직 해체 이후 해외로 숨어들어 암살 청부업자로 살아가지만 납치된 아이를 구하기 위한 사투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지만 태국어에는 능숙하지 않아 의사소통의 장벽도 극복해야 한다. 황정민은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반면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는 감정이 배제된 냉혹한 복수자다. 자이니치 출신 야쿠자로 동료들 사이에서는 ‘인간 백정’이라 불릴 정도로 잔혹한 인물이다. 형을 죽인 인남을 향해 집요하게 추격전을 펼치는 인물로 이정재는 냉소적이면서도 광기 어린 연기를 통해 새로운 빌런 캐릭터를 구축했다.
코로나19에도 성공적인 흥행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개봉 당시 연상호 감독의 ‘반도’,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 정상회담’과 함께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세 편 중 하나였다. 경쟁 구도 속 영화는 관객 평점 면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개봉 첫날 약 3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반도’에 근접한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이후 흥행세는 더욱 가속도를 붙였다.
개봉 4일째 되는 날에는 관객 100만 명을 돌파, 같은 날 하루에만 56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는 당시 코로나19 유행 이후 일일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수치로 팬데믹 속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봉 5일 만에는 200만 관객을 넘어섰고 이는 ‘반도’나 ‘쌍화점’보다 빠른 속도였다. 이어 11일 차에 300만, 12일 차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상업적인 성과도 동시에 거뒀다.
비록 광복절 연휴가 끝난 뒤 관객 수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최종 관객 380만 명을 기록하며 2020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로는 ‘반도’를 간발의 차이로 앞지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개봉 당시 관객과 평단의 평가는 “화려한 액션과 짜임새 있는 연출, 두 배우의 강렬한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이어졌고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입소문 효과를 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