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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일 만에 100만 관객 찍었는데 코로나로 발길 뚝 끊겨버린 ‘비운의 韓 영화’

사진= 쇼박스

누적 관객 수 475만 명, 500만 명에 미치지 못한 수치지만 2020년 대한민국 극장가에서는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례 없는 악재 속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그해 연도별 흥행 1위에 올랐다. 팬데믹으로 관객 발길이 급감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10·26을 향한 40일의 기록

‘남산의 부장들’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 김충식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원작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실체와 10·26 사건을 다뤘으며, 영화는 1970년대 말 미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부터 중앙정보부장의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40일간의 흐름을 재구성한 첩보물이다.

사진= 쇼박스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을 기점으로 전개된다.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라는 대사와 함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하는 장면이 서사의 출발점이다. 궁정동 안가로 향하는 대통령의 차량 행렬, 만찬을 앞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권력 내부의 갈등을 추적한다.

사진= 쇼박스

시간은 4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정권의 실체를 폭로한다. 그의 증언은 국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국내 권력 핵심부에도 균열을 가져온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움직이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이 뒤엉키며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영화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장기 집권 체제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 중심에 선 중앙정보부와 이른바 ‘남산의 부장들’로 불린 권력 2인자의 존재를 조명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김규평은 박용각을 설득하려 하지만 혁명의 명분과 통치의 실상을 둘러싼 대화는 오히려 그의 내면에 깊은 의문을 남긴다. 귀국 이후 대통령의 신임은 점차 약해지고 곽상천은 강경 노선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한다.

박용각의 회고록이 해외에서 출간되면서 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내부 감시와 첩보전이 얽히고 오랜 동지의 운명을 둘러싼 선택의 기로에서 김규평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미국의 압박과 정권의 강압적 대응, 누적된 불신이 교차하는 가운데 궁정동 만찬장은 오랜 세월 쌓여온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영화는 인물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따라가며 그날의 총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다.

사진= 쇼박스

작품에는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병헌은 김규평의 고뇌와 동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성민 역시 대통령 역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희준은 경호실장 곽상천을 설득력 있게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긴장감을 확보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진= 쇼박스

우민호 감독은 카메라 구도와 극단적인 명암 대비를 강조한 조명을 활용해 인물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했다. 이런 연출 방식은 배우들의 연기와 맞물려 인물의 심리 묘사에 힘을 보탰다. 평론가 평균 평점은 7점을 기록했으며, 전작 ‘마약왕’보다 완성도가 높고 ‘내부자들’ 이후 한층 발전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팬데믹이 바꾼 흥행 곡선

흥행 면에서도 초반 기세는 뚜렷했다. 대한민국에서의 손익분기점은 430만 명으로 추산됐다. 개봉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기록, 개봉 3일 차에 100만, 5일 차에 200만, 6일 차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설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고 개봉 11일 차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 쇼박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이 변수로 작용했다. 다중 이용 시설 기피 현상이 확산되며 관객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주말 관객 수가 전주 대비 70% 이상 하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최종 누적 관객 수 475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2차 시장에서도 수익을 이어갔다.

사진= 쇼박스

코로나19가 2020년 극장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남산의 부장들’은 그해 대한민국 개봉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다수의 대작이 여름 성수기에 개봉했지만 재확산과 부진한 성적으로 뚜렷한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작품은 통합전산망 집계 이후 처음으로 500만 명 이하 관객 수로 연도별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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