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막장 스토리로 원작 작가마저 화나게 한 드라마로 유명한 SBS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신기생뎐’은 2011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해 같은 해 7월 5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시크릿 가든’의 후속으로 방영 전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1, 2회가 연속 방송되며 출발한 드라마는 ‘하늘이시여’의 이영희 PD와 부부 사이였던 손문권 PD가 연출을 맡았고 강한 개성의 필력으로 잘 알려진 임성한 작가의 여덟 번째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동명의 소설을 집필한 이현수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내세웠다.
전란과 독립운동 속 기생의 또 다른 얼굴
작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생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탄압 속에서 창기 취급을 받으며 전락했던 기생의 삶, 시대 변화와 함께 자취를 감춘 전통 문화에 주목했다. 해어화라고도 불린 이들은 조선시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억눌린 상황 속에서도 문화 예술의 중심에 섰던 존재였다. 천민이라는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와 서화, 음악 등 전통예술의 계승자이자 여류 문학의 주체였으며 사회 지도층과 교류하며 문화적 흐름을 이끌었다.
전란의 시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도 있다. 안방에 머무르던 일반 부녀자들과 달리 전선에 나서 적장을 유혹해 정보를 얻거나 암살을 시도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또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해 지원하고 3·1운동 당시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앞장섰던 인물들 가운데 기생이 적지 않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수년간 시와 서화, 소리뿐 아니라 몸가짐과 교양을 닦으며 최고의 1패 기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한 사람만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사연은 쉽게 조명되지 못했던 부분이다.
드라마는 기생을 향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문화적 자존심이자 예술가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극 중에서는 최고의 교양과 예술성을 갖춘 1패 기생의 전통을 지키는 최고급 기생집이 현대에도 존재한다는 설정 아래, 국내 VVIP를 상대하는 인물들의 사랑과 애환, 갈등을 그려냈다. 사라진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인물 간의 관계와 욕망, 상처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전개됐다.
계약 해지설까지 번진 후폭풍
호기롭게 출발한 방송은 초반 반응이 기대와 달리 냉담했다. 4회까지 방영된 시점에서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공간에는 혹평이 이어졌다. 세 차례에 걸친 출생의 비밀 설정 등 자극적인 전개가 이어지며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극 중 반복되는 부유층 설정 역시 거부감을 준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개 방식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와 함께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반전됐다. 전작 ‘욕망의 불꽃’이 종영한 이후 강한 전개를 선호하는 시청층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시청률은 20%를 돌파했다. 비판과 관심이 공존하는 가운데 화제성은 오히려 높아졌고 이른바 ‘욕하면서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SBS가 임 작가와의 계약 해지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론의 압박 속에서 드라마는 마무리됐고 종영 이후 SBS는 계약 해지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작자 이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와 원작은 별개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려 했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극 중 아수라가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장면이 등장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드라마나 영화 판권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임 작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방송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을 덧붙이며 복합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신기생뎐’은 방영 내내 엇갈린 평가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과감한 설정과 전개로 논란을 낳았지만 사라진 기생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 또한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