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한 이들이 일궈낸 가장 특별한 승리
지난 2020년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990년대라는 특정 시대적 배경과 대기업 말단 사원들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추리극의 요소를 결합해 관객들에게 깊은 존재감을 남겼다. 영화는 복고풍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당시 사회의 명암과 평범한 개인들이 연대해 이뤄내는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커피 타기 대신 진짜 ‘일’을 하고 싶다”… 90년대 말단 사원들의 반란
영화의 배경은 1995년이다.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을 외치며 입사했지만 8년 차가 된 동기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실무 능력은 완벽하지만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3부의 ‘이자영’, 추리소설 마니아로서 뼈 때리는 멘트를 날리는 마케팅부의 ‘정유나’,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임에도 가짜 영수증 처리를 도맡는 회계부 ‘심보람’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친숙한 인물들이다.
이들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회사에서 토익 600점을 넘기면 고졸 사원도 대리로 승진시켜준다는 공고를 낸 것이다. 진짜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에 부풀어 세 친구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모여 열정을 불태우지만 자영이 우연히 방문한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방류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회사가 무엇을 감추려 하는지, 그 거대한 음모에 맞서 세 친구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개봉 전 시사회 때부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1990년대의 복식, 음악, 사무실 풍경 등 당시의 사회상을 정밀하게 복원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근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자칫 고증의 오류나 이질감을 주기 쉬우나 작품은 준수한 소품과 미술 수준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1995년의 공기로 단숨에 이동시킨다.
더불어 당대에 만연했던 성차별 문제와 기업 문화의 부조리를 다루면서도 이를 지나치게 무겁거나 교조적으로 풀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주연 배우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앙상블은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잘 짜여 있어 스토리가 다소 전형적이라는 비판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다. 감각적인 촬영과 조명, 빠른 전개와 편집, 음악 감독 달파란의 세련된 음악은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코로나19 한파 뚫고 이뤄낸 값진 흥행
영화의 흥행 과정은 극 중 주인공들의 분투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손익분기점은 해외 판매 및 2차 시장 수익을 포함해 약 155만 관객이었다. 개봉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극장가가 침체기에 빠져 있었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 ‘담보’조차 한 달 넘게 164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던 상황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은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실관람객들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롱런에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할인 쿠폰 수혜를 입은 첫 번째 주자로서 관객 유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며 이후 개봉한 경쟁작들의 부진 속에 꾸준한 관객 동원을 이어갔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어제의 너 보다 오늘 더 성장했는데?’ 명대사! 너무 재밌었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2020년 본 영화 중에 가장 기분 좋게 본 영화”, ” 억지 신파 내용 아니라서 더 맘에 든다. 배우들 케미 좋다”, “보기 전엔 캐스팅 보고 의아했는데 보고 나니 진짜 완벽했다는 생각이”, “진짜 회사 다녀본 사람들은 다 공감할 만한 내용”, “아니 시간 남아서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인데 너무 재밌게 봤다. 이건 주위 사람들에게도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가뭄에 단비 같다. 끔찍한 시체도 피도, 사이코패스도 없다. 유쾌함과 지금 우리 시대가 가져야 하는 여성에 대한 시선만을 남겼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