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집 담보 잡히고 상금마저 포기, 독립영화 기적 쏘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똥파리’는 한국 독립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양익준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해당 작품은 폭력과 상처로 얼룩진 불안정한 가정에서 성장한 한 남자가 타인을 통해 가족애를 느끼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처절하리만치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어두운 과거를 껴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독립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사비 털어 만든 수작, 양익준 인생 바꾼 반전 흥행
영화의 높은 완성도 뒤에는 양 감독의 뼈를 깎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당시 제작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양 감독은 본인의 사비를 탈탈 털어 넣는 것도 모자라, 살고 있던 집까지 담보로 저당 잡히며 제작비를 충당했다. 대다수의 독립영화가 촬영 현장에서 예산 문제로 고전하듯 ‘똥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극 중 상훈이 돈다발을 뿌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장면이 끝나자마자 스태프들이 달려들어 뿌려진 돈을 한 장 한 장 다시 회수해야 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쏟아지는 러브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상식에 참석할 비행기 표를 살 돈이 없어 대부분의 상을 직접 수령하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는 당시 독립영화계의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 이런 고난 끝에 ‘똥파리’는 양익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그는 현재 인기 드라마의 주조연을 넘나드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영화의 중심에는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 분)이 있다. 그는 동료와 적을 가리지 않고 욕설과 폭행을 일삼으며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허세나 겉멋이 아닌 갈등이 생기면 곧바로 주먹부터 날리는 상훈의 모습은 ‘양아치’ 그 자체다. 특히 여고생 ‘연희'(김꽃비 분)와의 첫 만남은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길가에 뱉은 침이 연희의 옷에 묻어 시비가 붙자 상훈은 사과는커녕 연희의 뺨을 맞은 뒤 고민 없이 주먹을 날려 그를 기절시킨다. 기절한 연희의 옷을 닦아 주고 이후 자신에게 대드는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서서히 마음을 여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기묘한 울림을 선사한다.
연희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월남전 트라우마로 정신병을 앓는 아버지와 불만 가득한 남동생 사이에서도 건실함을 잃지 않는 강인한 여고생의 면모를 보여준다. 반면 연희의 남동생 ‘영재'(이환 분)는 불행한 환경을 탓하며 엇나가는 전형적인 양아치다. 그는 상훈의 밑으로 들어가 말단 부하가 되지만 우물쭈물한다는 이유로 상훈에게 심한 가혹 행위를 당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12만 관객 돌파의 기적, 독립영화 흥행 새 역사 쓰다
‘똥파리’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수위 높은 폭력과 거친 욕설이 난무한다. 특히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 기법은 비참한 등장인물들의 삶을 더욱 투박하고 현장감 있게 전달하며 영화 특유의 뜨거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비록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재와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밀도 높은 연출력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끌어당겼다.
작품성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12만 3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뒀다. 이는 한국 독립영화 사상 흥행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일본 내 반응도 뜨거웠다. 소규모 개봉에도 불구하고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으며 일본의 권위 있는 영화 잡지인 ‘키네마 준보’ 영화상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늘날까지도 ‘똥파리’는 일본 내 한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양 감독은 작품을 계기로 일본의 유명 연출가 쿠도 칸쿠로의 영화 ‘중학생 마루야마’에 캐스팅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