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는 한국형 초능력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국내 개봉 당시 관객들로부터 8.3점대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 189만 명에 그치며 흥행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189만의 아쉬움, 해외에서 터진 K-히어로의 ‘반전 하이파이브’
반전은 해외에서 일어났다. 국내에서의 정체된 흥행세와 달리 해외 시장과 평단에서는 폭발적인 극찬과 함께 흥행 가도를 달리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하이파이브’의 가장 큰 매력은 장기 기증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히어로물의 기폭제로 삼은 기발한 설정에 있다. 의문의 기증자로부터 각각 심장, 폐, 신장, 간, 각막을 이식받은 다섯 명의 주인공 완서, 지성, 선녀, 약선, 기동이 건강을 회복함과 동시에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서사는 기존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익숙한 해외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장기 이식과 초능력의 결합, 클리셰를 비튼 독창적 서사
박완서(이재인 분)는 심장 이식 후 차보다 빨리 달리는 괴력을 얻었지만 아버지의 과보호에 답답해하는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내 ‘세계관 최강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박지성(안재홍 분)은 폐활량을 이용해 ‘산소 탱크’ 역할을 하는 작가 지망생으로 코인 투자와 악플 달기가 취미인 지극히 현실적인 백수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페이소스를 담아냈다.
황기동(유아인 분)은 각막 이식으로 전자기파를 시각화하고 해킹하는 힙스터 백수로 분해 감각적인 초능력 묘사를 완벽히 소화했다.
김선녀(라미란 분)는 친근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후레쉬걸’로 거듭나는 과정은 한국적 정서와 히어로 장르의 유쾌한 결합을 보여줬다.
허약선(김희원 분)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에게 옮겨 와 치유하는 간 이식자의 희생정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국내 흥행의 아쉬움을 달래준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가족애였다. 완서의 아버지 박종민(오정세 분)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지만 아픈 딸을 위해 대리운전까지 마다하지 않는 ‘딸바보’ 사범으로 등장한다.
이런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된 히어로 서사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지친 글로벌 시장에 ‘따뜻한 히어로물’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국내 관객 수 189만 명이라는 수치는 작품이 가진 잠재력에 비하면 분명 아쉬운 대목이지만 해외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던 코믹한 설정과 비장미의 조화가 오히려 해외 관객들에게는 독창적인 한국적 스타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