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코미디 영화 시장의 구원투수… 웃음과 감동 다 잡은 화제작 3선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을 살펴보면 관객들의 배꼽을 훔칠 만한 정통 코미디 영화의 부재가 도드라진다. 지난해 개봉한 ‘좀비딸’이 코미디 장르로는 유일하게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방했을 뿐 전반적으로 코미디 영화의 존재감은 극장에서 점차 흐릿해지는 모양새다. 일상의 고단함과 우울함을 단번에 날려줄 시원한 웃음이 그리운 시점, 탄탄한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무장한 코미디 영화 3편을 소개한다.
파격 변신으로 일궈낸 재취업 비행기, ‘파일럿’ (2024)
2024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파일럿’은 하루아침에 인생의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한정우'(조정석 분)는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이자 유명 TV 쇼에도 출연할 만큼 고공행진 중이던 인물이었지만 찰나의 말실수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될 뿐 아니라 업계 전체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재취업의 길이 완전히 막히고 만다.
벼랑 끝에 몰린 한정우가 선택한 방법은 가히 파격적이다. 여동생의 신분으로 완벽하게 변장해 다시 한번 조종석에 앉기로 결심한 것. 영화는 ‘미친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한 그가 겪게 되는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편이다. 개봉 당시 CGV 골든 에그 지수는 92%로 다른 흥행작 대비 다소 낮은 지표를 보였으나 메가박스 평점에서는 8.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머의 타율과 주제 의식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지만 배우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만큼은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57억 로또를 향한 남북 군인들의 공조, ‘육사오’ (2022)
2022년 개봉한 ‘육사오(6/45)’는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1등 당첨 로또’라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우연히 1등 로또를 주운 남한의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 분)는 기쁨도 잠시 바람을 타고 북으로 날아가 버린 로또를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 로또를 주운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 분)는 57억이라는 거액의 당첨금을 확인하고 이를 현금화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는 ‘주운 자’와 ‘또 주운 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지분 협상을 그리며 고경표, 이이경, 곽동연, 김민호 등 젊은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은 코미디 영화의 고질적인 단점인 ‘억지 신파’를 배제하고 남북 군인들의 우정을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 평단과 관객의 고른 찬사를 받았다.
무서운데 웃긴 ‘불청객’들의 습격, ‘핸섬가이즈’ (2024)
독특한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다면 영화 ‘핸섬가이즈’를 추천한다.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 분)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 분)는 험악한 첫인상 때문에 이사 첫날부터 동네 경찰들의 감시 대상이 된다. 겉모습과 달리 이들은 꿈꾸던 유럽풍 드림하우스에서의 새 출발에 설레는 순박한 남자들이다.
평화롭던 일상은 물에 빠질 뻔한 ‘미나'(공승연 분)를 구해주려다 납치범으로 오해받으며 꼬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실에 봉인돼 있던 악령이 깨어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호러 코미디’의 궤도에 진입한다. 2020년 촬영 종료 후 코로나19 여파로 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은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B급 감성의 호러 코미디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이성민과 이희준은 살벌한 외모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섬세한 내면 연기로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다. 여기에 공승연의 안정적인 연기와 후반부 큰 웃음을 책임지는 박지환의 열연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쾌감과 코미디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장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