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라인업의 몰락, 개연성 잃은 풍자와 씁쓸한 흥행 참패
2018년 개봉 당시 임창정, 정려원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게이트’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진 작품 중 하나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실제 사건인 ‘최순실 게이트’를 모티브로 삼아 인생 역전을 노리는 도둑들의 한탕을 그렸으나 빈약한 개연성과 시대착오적인 연출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손익분기점 10%에 그친 흥행 성적
영화는 변두리 아파트에 모여 금고 털이를 설계하는 수상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금고를 털려다 우연히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을 거대한 음모를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개봉 3일 만에 한국 박스오피스 8위로 추락하며 동력을 잃은 ‘게이트’는 2주 넘게 스크린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관객 수 약 10만 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손익분기점이 약 80만 명에서 100만 명 사이였음을 고려하면 처참한 실패다.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냉담하다. 네이버 영화 베스트 평점에는 특정 감독의 연출력을 비판하는 의견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관람객 평점이 9점대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영화 ‘클레멘타인’과 유사하게 조롱 섞인 반어법적 추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이러니까 한국 영화가 욕을 먹지 싶다”, “스토리가 너무 어설프고 유치하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기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 게이트’ 등에 업고도 8위 추락… 관객 외면한 이유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허술한 전개는 몰입도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아버지의 도둑질로 인해 인생이 망가졌다고 한 정려원의 캐릭터가 갑작스럽게 도둑질에 동참하는 모습은 캐릭터의 일관성을 상실했다. 또한 태블릿 PC 하나로 CCTV 화면을 마음대로 삭제하는 식의 편의주의적 설정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지점은 주인공인 검사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대목이다.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된 한강공원에서 대한민국 검사가 중상을 입었는데도 블랙박스 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설정은 공권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한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대를 2010년 초반으로 가정하더라도 작중에 등장하는 최신 기기들과의 불협화음이 두드러진다.
배우 임창정이 맡은 정의로운 검사 캐릭터의 활용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고 바보가 된 설정은 자칫하면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담은 블랙 코미디로 승화될 수 있었으나 제작진은 이를 2000년대 유행하던 슬랩스틱 위주의 개그 수준으로 풀어내는 데 그쳤고 결국 영화는 시대착오적인 코미디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 권력형 비리를 풍자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시작했던 영화 ‘게이트’는 감독과 각본의 연출력 부재,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안일한 기획으로 인해 ‘망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단 채 극장가에서 퇴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