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관객상 수상한 ‘경주기행’, 복수 위해 뭉친 네 모녀의 서늘한 로드 무비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유수 영화제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올 한 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영화 ‘경주기행’이 다시 한번 낭보를 전해왔다.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제24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현지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관객상(Audience Award)’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해외 평단 극찬 속 관객상 쾌거, ‘경주기행’ 2026년 극장가 정조준
지난달 19일 화려한 막을 올려 28일 폐막한 제24회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유럽의 문화 중심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축제다.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상징하는 영화제는 한국 문화를 유럽 전역에 알리는 역할을 하며 유럽 내 최대 규모의 한국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경주기행’은 개봉 전 단계부터 해외 영화계의 잇따른 초청을 받으며 예술성을 인정받아 왔다. 이번 피렌체에서의 관객상 수상은 평단의 학술적 지지를 넘어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일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영화를 관람한 현지 언론과 관객들은 ‘경주기행’만의 독특한 소재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 평론가 카테리나 리베라니는 본작을 두고 “코믹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상황들이 개인의 고통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절묘하게 맞물려 전개되는 수작”이라고 호평했다.
영화제의 내실을 다져온 장은영 부위원장 역시 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 관객들은 한국 특유의 가족 중심 서사를 대단히 높게 평가했으며 무엇보다 주연 배우들이 선보인 완벽한 연기 앙상블에 깊은 감동을 표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해외에는 아직 생소한 한국 도시의 풍경이 현지인들에게는 신선하고 큰 매력으로 다가간 점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단란한 가족티 뒤에 숨겨진 칼날, ‘경주기행’이 그린 기묘한 복수극
영화 ‘경주기행’은 막내딸을 잃은 엄마가 가해자의 석방 소식을 접한 뒤 처절한 복수를 위해 남겨진 세 딸과 함께 가해자가 사는 도시 ‘경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른바 ‘복수 로드 무비’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설렘 가득한 얼굴로 집을 나섰던 막내딸 ‘경주’는 이틀 만에 차가운 시신이 돼 돌아왔다. 가해자에게 내려진 형량은 고작 15년. 초범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우발적 살인이었다는 이유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로 법망은 관대했다. 어머니 옥실은 처벌 불원 합의를 통해 그의 형량을 8년으로 단축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
8년 뒤 가해자가 출소하자 옥실의 진심이 드러난다. 옥실은 세 딸 장주, 영주, 동주와 함께 경주로의 가족 여행을 선포한다. 똑같은 가족 티셔츠를 맞춰 입고 상기된 표정으로 차에 오른 네 모녀의 모습은 얼핏 평범하고 단란해 보이지만 그들이 탄 차 트렁크에는 한 남자가 결박된 채 실려 있다. 죽은 막내의 이름을 딴 도시로 향하는 이 유별난 네 모녀의 2박 3일은 ‘가족 여행’인 동시에 서늘한 ‘살인 여행’으로 변모한다.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각기 다른 매력의 네 모녀를 완성했다. 이정은이 연기한 옥실은 막내딸을 잃은 뒤 오직 복수의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강인한 엄마다. 비극 속에서도 기이한 평온함을 유지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공효진이 연기한 장주는 누구보다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고 챙기는 첫째 딸이다. 현실적인 책임감과 가족애 사이에서 갈등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박소담이 연기한 영주는 법대 출신이지만 현재는 백수인 둘째 딸이다. 명석한 두뇌로 가족의 여정 속에서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한다.
이연이 연기한 동주는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반응하는 전직 레슬링 선수 출신의 셋째 딸이다. 거침없는 행동력으로 복수극의 속도감을 더한다.
압도적인 몰입감과 묵직한 메시지로 유럽 관객들을 매료시킨 영화 ‘경주기행’은 2026년 국내 극장가에서 정식 개봉하며 한국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