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제작비 '150억'이라 1000만 갈 줄 알았더니 처참하게 실패한 한국 영화

제작비 ‘150억’이라 1000만 갈 줄 알았더니 처참하게 실패한 한국 영화

제작비 150억 대작의 굴욕, 평점과 흥행 사이 깊은 괴리

사진= ‘쇼박스’ 유튜브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제작비 150억 원은 소위 ‘텐트폴’이라 불리는 대작의 기준점이다.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자본이 투입된 영화는 대개 흥행의 보증수표로 여겨지지만 때로는 그 무게감이 독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이 바로 그 안타까운 사례다. 유해진과 이제훈이라는 톱스타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관객 수 28만 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며 흥행에서 참패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경제사에 가장 깊은 상흔을 남긴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국을 평정했던 ‘국보소주’가 자금난에 휘청거리자 이를 둘러싼 거대 자본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지키려는 자와 삼키려는 자, ‘소주’로 얽힌 두 남자의 비극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 ‘이제훈 분’은 국보소주 매각이라는 임무를 띠고 회사에 접근한다. 반면 국보그룹의 재무이사 ‘종록’ ‘유해진 분’에게 회사는 직장 그 이상, 즉 자신의 인생 전부다. 종록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스마트한 인범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며 그에게 온전히 의지하기 시작한다. 회사를 지키려는 자와 삼키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점차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

사진= 쇼박스

유해진이 연기한 표종록은 아날로그 감성과 우직함을 대변하는 IMF 이전 세대의 자화상이다. 일과 소주에 미쳐 가정까지 소홀히 한 탓에 부인과 딸에게 버림받았지만 그럴수록 그는 유일하게 남은 삶의 터전인 ‘국보’에 집착한다. 제멋대로인 회장의 뒤처리를 묵묵히 수행하며 발로 뛰는 그는, 투박하지만 진심을 다하는 한국적 정서를 지닌 인물이다.

사진= 쇼박스

반면 이제훈이 연기한 최인범은 IMF 이후의 합리성과 물질주의를 상징한다. 서울대와 시카고 대학 MBA를 거친 엘리트인 그는 “돈이면 다 된다”는 솔퀸의 사상을 따르지만, 법의 테두리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신념은 놓지 않는다. 인범은 우직하다 못해 미련해 보이는 종록의 뒤통수를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겪는 수난에 짜증 섞인 안타까움을 느낀다. 특히 변호사법을 위반하며 편법으로 국보를 몰아붙이는 구영모의 방식에 환멸을 느끼는 모습은 그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사진= 쇼박스

영화는 과거 한국의 경제 위기를 다뤘던 선행작들을 연상시킨다. 외세의 개입과 국가적 재난 상황을 냉철하게 조명하는 태도는 ‘국가부도의 날’을 닮아 있으며 그 소용돌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감정과 대립을 다루는 방식은 ‘블랙머니’의 톤 앤 매너를 따르고 있다.

150억 대작의 침몰

이런 묵직한 메시지와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선택은 냉담했다. 이제훈은 인터뷰를 통해 “극 중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며 겪는 심리적 갈등 장면들이 편집 과정에서 빠진 것이 아쉽다”고 소회를 밝히면서도 “종록이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이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쇼박스

‘소주전쟁’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결코 낮은 평점을 기록한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과 시대상의 구현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150억 원이라는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28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사진= 쇼박스

시대를 관통하는 소주라는 소재와 IMF라는 묵직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어낼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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