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2%가 증명한 웰메이드의 힘
2017년 방송된 JTBC 금토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욕망이 민낯을 드러내고 아우성치는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품은 아수라장 한가운데서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 그들이 내린 선택이 어떤 결말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막장의 틀을 깨다… 웰메이드로 재탄생한 욕망의 서사시
‘품위 있는 그녀’는 기획 의도에서부터 대놓고 ‘막장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작품의 질은 일반적인 통념을 뛰어넘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자극적인 소재를 취하면서도 드라마 자체는 밑도 끝도 없는 전개로 함몰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련된 대사와 연출을 통해 기존 막장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드라마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욱 지독한 막장일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집필을 맡은 작가 역시 “상류층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비판하는 위험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며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추악한 본성을 가감 없이 파헤쳤다.
드라마의 주 배경은 대한민국 부유층의 상징인 강남의 ‘준재벌’ 사회다. 흔히 매체에서 다루던 거리감 있는 재벌이 아니라 서민들과 접촉이 비교적 용이하면서도 그들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사는 부유층을 조명한다. 상류사회에 입성하려는 하류층의 분투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의 거만하고 가식적인 삶은 극 중 암투와 싸움을 통해 처절하게 균열하며 허상을 드러낸다.
드라마의 중심축은 상반된 매력을 가진 두 주인공 우아진(김희선 분)과 박복자(김선아 분)가 이끈다.
우아진은 그야말로 ‘품위’ 그 자체다. 전직 아시아나항공 간판 모델 출신 승무원으로 탁월한 미모와 몸매를 지닌 ‘미모 종결자’다. 대성펄프의 창업주 안태동의 며느리로 준재벌 가문에 입성해 초호화 생활을 영위하지만 그의 우아함은 선천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우하고 평범한 환경에서 자란 자신의 태생을 숨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고상함을 유지하며 간혹 튀어나오는 억척스러운 유전자를 스스로 보완하며 살아간다.
박복자는 가난의 끝을 본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파양과 공금 횡령, 교도소 복역을 거치며 밑바닥 삶을 전전했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오로지 돈이며 상류사회로 올라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충청도 사투리와 완벽한 표준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상류층에 어울리는 지식을 습득하는 등 입체적인 면모를 지녔다.
복자는 헬스장 청소를 하다 알게 된 안태동 회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간병인으로 입성한다. 가진 것이라곤 빨간 두 손바닥뿐이었던 그는 순식간에 집안을 장악하며 우아진의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2%에서 12%까지, JTBC 드라마 역사 새로 쓴 흥행 신화
첫 회 시청률 2%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출발한 ‘품위 있는 그녀’는 회를 거듭할수록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방영 8회 만에 시청률 5.7%를 기록해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JTBC 금토 드라마 중 두 번째로 5%의 벽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흥행 가도에 올랐다.
특히 10회 방송 당일에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1~9회 파격적인 연속 방송이 편성되기도 했다. 이런 화제성에 힘입어 10회 시청률은 6.8%까지 치솟았으며 같은 날 방영된 재방송들까지 3%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1회에서는 8.4%를 기록하며 금요일 시청률이 토요일보다 하락하는 일반적인 징크스마저 깨뜨렸고 이후 16회에서는 9.9%를 찍으며 당시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극 후반부인 19회에서 9.6%로 예열을 마친 드라마는 최종회인 20회에서 12%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JTBC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한 기록인 동시에 당시 정규 방송 기준 역대 종편 드라마 시청률 1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