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6년 후에도 평점 9점대, 세대 아우르는 스테디셀러
2000년 개봉해 한국 영화계의 판도를 바꾼 박찬욱 감독의 장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 20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도 대중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마스터피스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판문점 내 남북 군인들 간의 비극적 우정을 그려내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로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
판문점 총성 한 발, 남북의 엇갈린 진실 공방
사건의 발단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 초소에서 시작된다. 북한 초소병(신하균 분)이 총상을 입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남북한은 즉각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 북측은 이를 남한의 기습적인 테러 공격이라 규정했고 남측은 북한에 의한 납치 시도 중 벌어진 사건이라며 팽팽한 입장 차를 보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양국은 스위스와 스웨덴으로 구성된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 수사관을 투입해 수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한다. 수사를 맡은 인물은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 소령(이영애 분). 취리히 법대 출신의 정보단 장교인 그는 생애 처음 한국 땅을 밟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수사 초기부터 남북 양측의 비협조와 피의자들의 인도 거부로 인해 난항을 겪으며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다.
수사관 소피 소령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과 북한의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를 대면해 진술을 듣지만, 이들은 서로 상반된 주장만을 반복하며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린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던 중 소피는 최초 목격자인 남성식 일병(김태우 분)의 진술에서 결정적인 의혹을 발견하고 주변 인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남북 상부 조직이 사건을 축소 및 은폐하려 가하는 압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소피의 아버지가 과거 한국전쟁 참전 인민군이었다는 과거사를 폭로하며 그의 수사 전권을 박탈하려는 상부의 시도는 분단 국가가 지닌 이데올로기의 잔혹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수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남성식 일병의 돌연 투신 자살 시도는 사건 뒤에 숨겨진 거대한 비극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배우들의 열연과 철저한 고증이 만든 현실감
영화는 배우 이병헌을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린 것은 물론 송강호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로 각인시킨 출세작이다. 특히 송강호가 연기한 오경필 중사는 10년간 해외 군사 교관을 지낸 베테랑 군인으로 묘사된다. 원작 소설에서는 사상 문제로 강등된 상등병 설정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중사 계급을 유지하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박 감독의 연출력은 작품을 통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정점에 도달했다. 총기 사고와 선혈이 낭자하는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음에도 영화는 15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박 감독의 유일한 작품으로 꼽힌다. 인간의 본연적인 우정과 제도적 대립 사이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오락물을 넘어 2009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지문으로 수록됐으며 대수능 모의평가와 같은 교육 현장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등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다.
26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9점’의 가치
개봉 당시 9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약 583만 명의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은 영화가 가진 대중성을 입증한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요 포털 사이트 평점 9점대를 기록하며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내 인생 최고의 한국 영화”,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은 명작”, “15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를 다시 보았다. 19번째 보는 것이었고, 마지막으로 본 지 10여 년 만에 보는 것이었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마치 오늘 개봉한 영화를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역시 불후의 명작이라 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 때 교과서를 통해 글로 짧게 접했던 작품인데, 영상으로 보니 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초딩 때 했던 거라 이번에 재개봉하면서 제대로 봤는데 와 정말 왜 이제까지 안 보고 살았나 싶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