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500m서 건져 올린 ‘흥행 대박’… 2021년 한국 영화의 저력 보여주다
2021년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영화 ‘싱크홀’은 국내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코미디 재난’ 장르를 표방하며 관객들을 찾았다. 영화 ‘엑시트’ 이후 명맥이 끊겼던 재난 속 유머라는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도심 속 초대형 재난이라는 소재를 통해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잡으려 시도했다.
사상 초유의 재난, 지하 500m 아래로 떨어진 소시민들
영화의 줄거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에서 시작된다. 서울 입성과 함께 11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 분)이 주인공이다. 이사의 기쁨도 잠시 동원은 이사 첫날부터 사사건건 부딪히는 이웃 주민 ‘만수’(차승원 분)와 갈등을 빚는다.
동원은 자가 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인 ‘김대리’(이광수 분)와 인턴 사원 ‘은주’(김혜준 분)를 집들이에 초대하는데 단꿈 같은 시간은 순식간에 끝이 난다. 빌라 전체가 거대한 구멍 속으로 추락하며 지하 500m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다. 영화는 마주치기만 하면 투닥거리던 만수와 동원, 졸지에 재난에 휘말린 직장 동료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장광 등 신뢰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초반 빌드업과 배우들의 케미, 갈리는 호불호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이다. 우선 싱크홀이 발생하기 직전까지의 캐릭터 빌드업과 긴장감 조성을 위한 장치들은 꽤 세련되게 연출됐다는 평이 많다. 특히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임팩트가 있었다는 좋은 반응이 뒤따랐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배우 이광수의 경우 영화 속 모습에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는 점이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히는 대목은 주인공들이 본격적으로 싱크홀에 빠진 이후의 전개다. 영화 ‘엑시트’처럼 진지함 속에 코믹함을 녹여내려 했으나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탈피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극의 방향성을 흐트러뜨렸다는 평가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웃음 포인트에 대해서도 관객의 호불호가 갈렸다. 일부 지나친 연출과 뜬금없는 개그 코드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의견과 폭우를 동반한 탈출 과정의 묘사가 다소 억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초반부 사회 풍자적 메시지와 대비되는 결말 부분의 연출은 책임 방기에 가깝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모가디슈’와의 경쟁 속 거둔 의미 있는 흥행 성적
‘싱크홀’은 개봉 당시 비슷한 시기에 상영된 영화 ‘모가디슈’, ‘인질’ 등 쟁쟁한 경쟁작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완성도 면에서는 ‘모가디슈’가 더 낫다는 평을 듣기도 했으나 ‘싱크홀’만의 강점도 뚜렷했다. 경쟁작들에 비해 소재가 무겁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적합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흥행 지표에서도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당초 ‘싱크홀’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400만 명이었으나 한국상영관협회의 지원책 대상작으로 선정돼 제작비의 50% 회수를 보장받으면서 손익분기점이 200만 명으로 조정됐다.
개봉 초기에는 할리우드 영화 ‘프리 가이’의 공세와 예매율 경쟁을 벌였지만 롯데시네마 등 특정 극장 체인에서는 ‘모가디슈’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1년 개봉 한국 영화 중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이후 영화 ‘인질’의 개봉으로 흥행 2위로 밀려나기도 했으나 꾸준한 뒷심을 발휘하며 개봉 21일 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는 그해 ‘모가디슈’에 이어 두 번째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한국 영화라는 기록이다. 최종적으로 ‘싱크홀’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성적을 넘어서며 2021년 개봉작 흥행 순위 4위에 오르는 등 흥행 면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