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20년 넘게 회자되는 명작" 다시 보면 더 먹먹하다는 한국 멜로 영화

“20년 넘게 회자되는 명작” 다시 보면 더 먹먹하다는 한국 멜로 영화

용현지 기자 gus88550@issuepicker.com

빨간 우체통이 연결한 2년의 시간, 기적 같은 사랑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2000년 개봉 당시 영상미와 서정적인 서사로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시월애’가 어느덧 개봉 25주년을 맞이했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작품은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멜로 영화의 독보적인 수작으로 손꼽히며 관객들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1997년과 1999년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두 남녀가 바닷가 집 ‘일 마레(Il Mare)’의 우체통을 통해 소통하며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귀해진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한다.

1997년과 1999년, 빨간 우체통으로 연결된 두 세계

영화의 서막은 1999년 ‘일 마레’를 떠나게 된 은주(전지현 분)가 새로 이사 올 사람에게 자신의 우편물을 전달해달라는 편지를 남기면서 시작된다. 편지는 시공간을 비껴 가 2년 전인 1997년, 해당 집에 갓 입주한 성현(이정재 분)에게 전달된다. 미래에서 온 편지를 받은 성현은 처음에는 이를 믿지 못하지만 편지에 적힌 예언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차례로 벌어지자 두 사람은 집 앞 빨간 우체통을 매개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건축학을 전공한 한성현(이정재 분)은 ‘일 마레’의 실질적인 첫 주인이다. 극 중 일 마레는 이모가 구해 준 집으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성현의 아버지 한석진이 아들을 위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었다. 성현은 은주에게 부탁해 전달받은 아버지의 유고집을 통해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깊은 정을 뒤늦게 깨닫는다. 소원했던 부자 관계가 시간을 초월한 은주의 도움으로 회복되는 과정은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선 가족애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영화의 감동을 더하는 중요한 축이 된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반면 1999년의 시점에 서 있는 은주(전지현 분)는 성우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다. 성현이 떠난 뒤 일 마레에 입주한 그는 과거의 성현과 편지를 나누며 점차 그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개봉 당시 만 18세라는 어린 나이였던 배우 전지현은 사랑의 아픔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청춘 스타를 넘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과거를 바꾸고 현재를 구하는 사랑의 간절함

두 사람은 서로의 시간을 오가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부탁을 들어주기도 한다. 은주는 잃어버린 녹음기를 찾아달라고 성현에게 부탁하고 성현은 과거의 은주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은주가 이미 떠나 버린 옛 연인을 되돌리고 싶어 성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서 은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성현은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영화의 비극적 긴장감은 은주가 성현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최고조에 달한다. 성현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은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한 편지를 보낸다. 간발의 차로 전달된 편지는 운명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며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을 완성한다.

한국 영화 최초 할리우드 리메이크, 독보적인 흥행 기록

‘시월애’는 국내 시장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진가는 해외 시장에서 먼저 드러났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의 세계적 입지가 미미하던 시절에도 ‘시월애’는 국제 영화제와 DVD 시장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강력한 팬덤을 만들었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열기는 급기야 2006년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이어졌다.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은 영화 ‘레이크 하우스(The Lake House)’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기록됐다. ‘레이크 하우스’는 전 세계적으로 총 1억 1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이후 ‘엽기적인 그녀’와 ‘올드보이’ 등 쟁쟁한 한국 영화들이 줄지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으나 대부분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월애’의 리메이크작인 ‘레이크 하우스’는 현재까지도 할리우드에서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한국 리메이크 영화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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