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풍기문란’ 잡는 감사실, 11만 시간의 직장 속 비밀을 파헤치다

케이블과 종편, 지상파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은 바로 tvN 토일드라마 ‘은밀한 감사’다.
지난 17일 방송된 8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7.9%, 최고 9.3%를 기록한 데 이어 전국 가구 기준 평균 7.9%, 최고 9.1%를 돌파하며 케이블 및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tvN의 주요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도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안방극장의 대세 드라마임을 입증했다.
‘11만 2000시간’의 직장 생활, 그 안에서 피어난 묵직한 이야기
지난 4월 첫 공개된 ‘은밀한 감사’는 은밀한 비밀을 간직한 카리스마 감사실장 주인아(신혜선 분)와 한순간에 사내 풍기문란(PM) 적발 담당으로 좌천된 감사실 에이스 노기준(공명 분)의 아슬아슬한 밀착 감사 로맨스를 그린다.

드라마는 철저한 픽션이지만 실제 한 대기업에서 ‘사내 불륜’ 처리 업무를 맡았던 회사원의 생생한 경험담과 영감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오피스 와이프’라는 표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80세가 될 때까지 평균적으로 친구 교제에 8800시간, 배우자와 같은 친밀한 파트너와 9500시간을 보내는 반면 직장에서는 무려 그 10배가 넘는 ‘11만 2000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처럼 압도적인 시간을 함께하는 공간 속에서 로맨스가 피어나고 때로는 파국에 이르는 막장 스토리가 발생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어쩌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은밀한 관계에 개입하고 이를 단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의 진실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그 사이 어딘가에 모호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3자가 객관적인 진상을 완벽히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남의 깻잎을 떼어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조차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복잡 미묘한 남녀 관계에 명확한 ‘선’을 긋는 일은 더없이 정교하고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은밀한 감사’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사(私)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공(公)적인 영역에 해를 끼치고 반대로 공(公)적인 업무가 얼마나 사(私)적인 관계를 처참하게 뒤흔드는지 세밀하게 좇는다. “타인은 쉽게 나쁜 사람이고 자신은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 믿으며 너무 쉽게 타인의 삶에 돌을 던지는 우리들에게, 자극적인 추문으로만 소비되기 쉬운 소재를 전혀 다른 눈으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신혜선·공명, ‘극과 극’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완벽한 케미
작품의 흥행 견인차 역할은 단연 배우들의 호연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있다. 먼저 신혜선이 연기하는 주인아는 해무그룹의 그야말로 ‘문제적 인물’이다. 그에게 찍히면 무조건 아웃당한다는 뜻의 ‘주인아웃’, 주인아에게 함부로 대들면 처참해진다는 뜻의 ‘주지처참’ 등 살벌한 별명과 함께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이다.

주인아는 미디어에서 흔히 그려지던 전형적이고 차가운 커리어우먼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 “어머~ 반가워요! 식사는 했어요?”라며 싹싹하게 인사를 건네고 “주 주임은 어디 주씹니까?” 같은 실없는 농담으로 부하 직원들을 대하며 노래방에서는 아이돌 댄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활달한 모습을 지녔다.

이처럼 서글서글한 모습에 방심하는 순간, 심기를 거스르면 서릿발처럼 차갑게 돌변해 상대방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속내를 도통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성격과 반전 묘미는 시청자들마저 쫄깃하게 만들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선보이는 노기준 역은 배우 공명이 맡아 호연 중이다. 노기준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의 매끄러운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기업 해무그룹에 단 한 번에 합격한 것은 물론 사내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쥔 본사 감사실로 스카우트되는 행운을 누렸다. 타고난 사랑둥이로 모두에게 친절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높으며 실세 임원의 총애 속에 특진까지 앞두고 있었다.

탄탄대로 같던 그의 앞에 주인아가 나타나면서 인생의 항로가 급격히 뒤틀린다. 주인아는 최고 엘리트들만 모인 감사1팀에서 위세 당당하게 일하던 노기준을 사내에서 ‘똥 치우는 팀’이라 비웃음당하는 감사3팀으로 보내버린다. 그것도 가장 잡다하고 까다로운 업무인 ‘사내 풍기문란(PM)’ 담당자로 좌천시킨다. 인생의 추월차선을 시원하게 달리던 노기준의 삶에 급제동을 걸어버린 주인아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노기준의 혐관(혐오 관계) 로맨스가 앞으로 어떤 전개를 맞이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