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틈바구니서 오직 ‘작품성’과 ‘입소문’으로 일군 웰메이드 스릴러
2014년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는 개봉 전까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작품이다. 동시기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포진해 있어 한국 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 보였지만 베일을 벗은 영화는 오직 완성도와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만으로 극장가를 뒤흔들며 최종 누적 관객 수 344만 8583명을 기록,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공을 거뒀다. 작품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범죄 스릴러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되짚어본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예측 불허 전개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고건수(이선균 분) 형사의 절체절명의 위기로 포문을 연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아내의 이혼 통보와 갑작스러운 경찰청 내사 소식까지 겹치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건수는 경찰서로 향하던 중 실수로 사람을 치는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숨기는 것이다.
사건이 완벽하게 은폐됐다고 생각한 순간 사건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 분)이 등장하면서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는다. 서울서부경찰서 강력1팀 경사인 고건수와 서울중부경찰서 교통계 경위인 박창민, 두 경찰 간의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는 관객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특히 교통사고인 줄 알았던 사건 이면에 마약과 거액의 비자금이 얽혀 있음이 드러나면서 건수는 점차 빠져나올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연출, 시나리오, 음악의 완벽한 삼박자
‘끝까지 간다’는 불필요한 장면을 과감히 걷어 낸 속도감 있는 전개와 촘촘한 시나리오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팽팽한 스릴 속에서도 곳곳에 배치된 블랙코미디 요소가 극의 완급을 조절한다. 관 속에서 시체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장면 등은 긴장감과 폭소를 동시에 유발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개봉 전 제67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돼 먼저 호평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국내 관객들의 관심도 대폭 상승했다. 극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고조시킨 목영진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선균·조진웅, 인생 캐릭터 완성한 두 배우의 열연
영화의 가장 큰 흥행 원동력은 두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 대결이다. 고(故) 이선균은 다혈질에 짜증이 넘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형사 고건수 역을 맡아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완벽히 탈피했다. 배우 스스로도 본인의 실제 성격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고 언급했을 만큼 현실감 넘치고 입체적인 형사 캐릭터를 빚어내며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에 맞서는 반동인물이자 최종 보스 박창민 역의 조진웅은 그야말로 ‘미친 압박감’을 뿜어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건수의 숨통을 조여 오는 그의 서늘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소름 끼치는 공포를 안겼다. 악역의 새로운 길을 연 조진웅은 이 작품을 통해 제35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증명해 보였다.
‘개봉 2위’에서 ‘1위 탈환’까지, 입소문이 만든 역주행
‘끝까지 간다’의 흥행 여정은 드라마틱했다. 개봉 첫 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밀려 2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사회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생각 없이 봤는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다”라는 호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센 입소문을 탄 영화는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또 다른 대작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개봉으로 다시 2위로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가까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틈바구니 속에서 오직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셈이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끝까지 달려간 두 남자의 격돌을 그린 ‘끝까지 간다’는 한국형 웰메이드 범죄 액션 영화의 모범 답안으로 기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