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뚫고 300만 관객 사로잡은 청춘 코미디의 힘
2015년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은 인생의 가장 부끄러운 순간을 함께한 세 친구가 20대의 첫 시작인 스물에 접어들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코믹 영화다. 작품은 청춘의 풋풋함 대신 현실적인 ‘찌질함’과 B급 감성을 정면으로 내세우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기·생활력·공부, 세 친구가 보여주는 ‘스무 살’의 날것
극을 이끌어가는 세 명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장점과 선명한 개성을 자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 절정의 백수 ‘치호’(김우빈 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쉴 틈 없이 준비하는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이준호 분),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최강 스펙의 엄친아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내기 대학생 ‘경재’(강하늘 분)가 그 주인공이다. 인기만 많은 놈, 생활력만 강한 놈, 공부만 잘하는 놈으로 대변되는 이들은 배우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통해 극의 활기를 더했다.
영화 ‘스물’이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받은 가장 큰 지점은 후반부에서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내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정면으로 부숴 버렸다는 점에 있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웃음으로 꽉꽉 채워 넣은 일관된 전개를 고수하며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파·자기연민 없는 ‘병맛’…진짜 청춘들이 공감한 이유
여기에는 주연 3인방이 완전히 내려놓고 연기한 찌질한 캐릭터들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낸 연출과 연기가 주효했다. 이는 ‘스물’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저 찌질이 같은 캐릭터들이 어설픈 자기연민이나 신파에 찌들어 있었으면 보기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병맛’의 기조를 유지해 마음 놓고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는 호평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모든 관객이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다. 작품을 혹평하는 이들은 대체로 “가볍게 웃고 즐길 뿐,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것이 없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사 자체의 수위가 다소 센 편이라 관객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대중들은 “어떻게 모든 스무 살의 인생이 깨달음으로 가득 차 있고 진지할 수 있겠냐”며 영화의 손을 들어줬다. 함께 있으면 두려울 게 없어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고 선을 넘는 행위를 하다가 망신을 당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진짜 20살 시절의 친구들을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실연의 아픔을 겪고 앞으로의 진로를 걱정하는 등 자신들의 삶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군 입대를 선택하는 마지막 모습까지 현실적인 청년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담아 도리어 훈훈함과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는 평을 끌어냈다.
비수기·장르 한계 극복…악조건 뚫고 달성한 ‘300만’ 쾌거
이런 대중적인 공감대에 힘입어 ‘스물’은 개봉 9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빠른 속도로 돌파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며 최종 누적 관객 수 304만 명을 기록, 손익분기점의 두 배를 뛰어넘는 준수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 같은 흥행은 당시 영화계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킨 쾌거였다. 신인 감독의 입봉작이라는 점, 젊은 배우 위주의 캐스팅, 청춘물에 B급 코미디라는 마이너한 장르적 특성, 극장가 비수기 개봉이라는 흥행의 악조건을 모두 뚫고 거둔 뜻깊은 성과였기 때문이다.
비록 시상식에서의 성과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에서 이병헌 감독과 배우 강하늘이 각각 신인감독상과 신인남우상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치열한 경합 끝에 수상으로 닿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영화 ‘스물’은 박스오피스에서의 성공과 함께, 청춘을 포장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그려낸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로 오늘날까지 관객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