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파과’가 국내외 평단과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이 작품은 사회의 해충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청부살인 기업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해 온 레전드 킬러 ‘조각’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젊은 킬러 ‘투우’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실사화 작품이다.
영화 ‘파과’는 개봉 전후로 세계적인 권위의 해외 영화제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를린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제43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 부문, 제15회 베이징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잇따라 선정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장르 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지킬 게 생긴 노년의 킬러 vs 잃을 게 없는 젊은 킬러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서사는 ‘지킬 게 생긴 킬러’와 ‘잃을 게 없는 킬러’의 강렬한 대비다. 배우 이혜영이 연기한 주인공 ‘조각’은 40여 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 온 60대 여성 킬러다. 업계에서는 ‘대모님’이라 불리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오랜 시간 몸담은 회사 ‘신성방역’ 내에서조차 점차 한물간 취급을 받기 시작한다. 조각의 시그니처 장비는 독침이 수납되어 있는 특수 비녀로, 과거 그의 은인이자 스승이었던 ‘류'(김무열 분)가 선물한 것이다.
반면, 배우 김성철이 연기한 ‘투우’는 어느 날 갑자기 조각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젊은 남자 킬러다. 평생 조각을 쫓아온 혈기 왕성한 투우는 신성방역의 새로운 일원이 된 후에도 조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과거 스승 류와 “지켜야 할 것은 만들지 말자”고 약속했던 조각은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은 어느 날 밤, 자신을 치료해 준 수의사 ‘강선생'(연우진 분)과 그의 딸을 만나게 된다. 평생 지워왔던 인간적인 감정을 이들 부녀에게서 느끼기 시작한 조각과, 변화된 조각의 낯선 모습에 분노가 폭발하는 투우의 갈등은 결국 삶의 끝자락에서 펼쳐지는 가장 강렬한 대결로 치닫는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서사의 축, 스승 ‘류’
영화의 깊이를 더하는 또 다른 중심축은 배우 김무열이 연기한 조각의 은인이자 스승 ‘류’라는 인물이다. 신성방역의 명성을 지금의 위치로 올린 주역 중 한 명인 류는 평시에는 미군부대 내부에서 햄버거집을 운영하며 철저하게 본업과 부업을 구분해 살아왔다.
멀쩡하게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두며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듯했으나, 결국 본업인 킬러 활동 중 원한을 산 여파로 처자식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이러한 류의 전사는 조각이 왜 평생 마음을 닫고 살아야 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노년 여배우의 독보적 액션과 호불호 엇갈린 평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이다. 영화 자체만을 놓고 독립적으로 분석한 평가보다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영화 평점 대부분이 주연 배우에 대한 응원 멘트나 칭찬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한국 영화 산업 전체를 통틀어도 매우 보기 드문 ‘노년 여배우의 단독 주연 액션 영화’라는 사실 자체에 대중이 큰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조각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의 열연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혜영은 6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20대 배우들조차 소화하기 쉽지 않은 체력적 한계의 액션 연기를 완벽하게 펼쳐내며 찬사를 받았다. 특유의 귀족적인 아우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명료한 발성의 대사 처리와 독보적인 스크린 장악력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가진 개성과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원작 소설 속 조각 이미지와 비교했을 때 해당 캐스팅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상반된 의견도 존재한다. 이처럼 독창적인 캐릭터 설정과 배우의 열연, 그리고 명확한 호불호 속에서도 영화 ‘파과’는 한국 장르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힌 의미 있는 도전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