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클’ 개봉에 주요 곡 감상자 3배 늘었지만… 국내 차트는 ‘미풍’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 ‘마이클’이 개봉하면서 국내 음원 플랫폼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을 다시 찾는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영화 개봉 이후 잭슨의 대표곡을 찾아 들은 이용자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발매 수십 년이 지난 앨범과 히트곡이 차트 최상위권을 휩쓴 미국·영국 시장이나 과거 국내를 휩쓸었던 밴드 ‘퀸’ 열풍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28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영화 ‘마이클’이 개봉한 지난 13~26일 2주간 마이클 잭슨의 대표 인기곡 10곡의 감상자 수는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곡은 ‘빌리 진'(Billie Jean),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 ‘비트 잇'(Beat It),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데인저러스'(Dangerous), ‘스릴러'(Thriller), ‘배드'(Bad),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 등 잭슨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명곡들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추억 소환’…K팝의 뿌리 재조명
이번 음원 소비에서 두드러진 점은 이용자 연령대의 쏠림이다. 이날 기준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빌리 진'(32%), ‘비트 잇'(30%), ‘스릴러'(30%) 모두 40대 이용자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 곡의 40대 이상 감상자 비율을 합산하면 모두 50%를 웃돈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차트를 주도하는 K팝 인기곡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이번 영화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했음을 보여준다.
생전 마이클 잭슨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아티스트였다.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 잠실주경기장 내한 공연을 포함해 총 네 차례 방한했으며 1998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외빈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고 앙드레김 디자이너의 의상을 무대와 일상에서 즐겨 입은 일화도 유명하다.
대중음악계는 그가 한국 음악 시장, 특히 현대 K팝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지대한 힘을 보탰다고 평가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잭슨이 없었다면 K팝도 없었을 정도로 우리 대중음악에 막대한 힘을 남겼다”며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 장치,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등 현재 아이돌 댄스 그룹의 원형이 모두 그에게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평론가는 “거친 록과 부드러운 R&B의 결합, 오래 기억되는 포인트 안무 등 K팝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 잭슨의 유산”이라며 “엑소의 ‘늑대와 미녀’나 엔하이픈의 뱀파이어 세계관처럼 호러 요소를 팝과 결합한 시도 역시 잭슨의 ‘스릴러’에서 이어져 온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영국 해외 시장 및 과거 ‘퀸’ 열풍과 대조…국내 차트는 ‘미풍’
이처럼 대중음악사에 남긴 발자취는 선명하지만 국내 음원 차트에서의 파급력은 아직 미풍에 그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멜론 해외 종합 차트 100위권 내에 진입한 잭슨의 곡은 ‘빌리 진'(33위)과 ‘비트 잇'(72위) 단 두 곡에 불과하다.
이는 팝의 본고장인 미국과 영국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현지에서는 영화 개봉 이후 빌보드 메인 싱글 및 앨범 차트에 옛 명반들이 대거 재진입했으며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에서는 그의 베스트 앨범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신드롬급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가요계 내부에서는 지난 2018년 전 국민적인 ‘떼창’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당시의 성적과도 비교된다. 당시 밴드 퀸의 히트곡인 ‘보헤미안 랩소디’, ‘아이 워즈 본 투 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등은 K팝 인기 그룹조차 진입하기 어려운 멜론 종합 일간 차트 100위권 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국내 팝 시장 위축이 배경
가요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영화 자체의 연출상 아쉬움과 국내 팝 시장의 장기 침체를 꼽는다.
우선 영화가 마이클 잭슨이 아버지의 가혹한 간섭에서 벗어나는 대목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설적인 슈퍼스타의 서사를 담아내기에 극의 짜임이 평면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돼야 할 ‘배드'(Bad) 투어 장면 등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 비해 관객의 몰입감과 떼창을 이끌어내는 흡입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보헤미안 랩소디’ 후반부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끊어짐 없는 연출로 관객에게 거대한 감흥을 안겼던 반면 ‘마이클’ 속 공연 장면들은 영화 중간중간 파편적으로 토막 나 있는 느낌을 준다”고 풀이했다.
국내 음악 소비 양상이 달라진 점도 주요 배경이다. 정 평론가는 “미국·영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2000년대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비욘세, 2010년대 레이디 가가 이후로 팝 장르의 대중적 인기가 크게 시들해졌다”며 “음원 차트에서 폭발적인 돌풍이 일어나려면 10대와 20대 젊은 층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 세대는 40대 이상 기성세대와 달리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정서적으로 멀어져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영화 ‘마이클’은 잭슨의 유년 시절부터 전 세계를 호령한 전성기까지의 삶을 조명한 전기 영화로 잭슨의 실제 조카인 자파 잭슨이 주연을 맡아 목소리와 표정을 세밀하게 재현해 내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현재 국내 누적 관객 수 123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