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tvN 시청률 5위·넷플릭스 역주행까지, 이름 없는 영웅들의 항일투쟁사
2018년 방영된 tvN 토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했으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義兵)들을 세상의 중심에 세운 작품이다.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천민으로 살아가던 이들이 원했던 단 한 가지는 개인의 부귀영화나 명예가 아니었다. 오직 제 나라 조선의 ‘주권’을 되찾는 것뿐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는 웃음과 애달픔, 통쾌함과 묵직함을 함께 지닌 항일투쟁사로 평가받는다.
20세기 초 한성은 ‘낭만적 사회와 그 적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동양과 서양이 부딪치고 고전적인 교리와 서구의 사상이 공존하던 맹랑한 시대였다.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이 노서아 가베(커피)를 마시고 구락부에서 ‘딴스’를 추며 잉글리시를 익혀 ‘초콜렛또’를 건네며 ‘LOVE’를 고백하던 달콤 쌉싸름한 낭만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조국과 이름을 빼앗긴 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장렬히 죽어가던 이들이 있던 상실의 시대였다. 작품은 바로 이 가장 뼈아픈 근대사의 고해성사를 정면으로 다뤘다.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05년은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로 얻는 조건으로 조선을 일본의 손아귀에 넘겨버리는 밀약, 즉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해다. 이 밀약으로 날개를 단 일본은 마침내 거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냈고 고고하던 조선은 힘없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맞이했던 2018년에 찾아온 ‘미스터 션샤인’은 이런 시대적 비극을 배경으로 삼는다. 미국의 이권을 위해 조선에 주둔한 검은 머리의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신 애기씨(김태리 분)의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를 그려냈다. 이병헌, 김태리, 변요한, 유연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렸으며 방영 당시 수많은 시청자를 눈물짓게 만들며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 시청률로 증명한 명작의 힘
‘미스터 션샤인’이 거둔 흥행 성적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방영되기 전까진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으며 역대 tvN 드라마 전체 시청률 순위에서도 5위에 매겨지는 대기록을 세웠다. 첫 방송부터 엄청난 성적을 거둔 후에도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흥행 가도를 달렸고 방영 14회 만에 마침내 15%의 벽을 돌파했다.
드라마가 가진 콘텐츠의 힘은 쟁쟁한 외부 요인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17회 방영 당시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이자 한일전,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 여부가 걸린 대형 중계방송과 맞물려 시청률을 대거 빼앗길 수 있는 악조건이었다. 그럼에도 7%대의 시청률을 방어해 냈는데 이는 해당 시간대 이전 드라마들의 최고 시청률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본방송 대신 방영된 하이라이트 총집편 방송마저도 8.9%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영 종료 후에도 이어지는 콘텐츠의 파급력과 역주행
특히 광복절 당일 시청률 지표는 꽤 드문 현상을 보였다. 당일 케이블 채널의 거의 모든 순위를 ‘미스터 션샤인’이 휩쓸다시피 했다. 과거처럼 채널 수가 적던 시절도 아닌 다채널 현대 사회에서 1회부터 12회까지 몰아 편성된 방송이 이 같은 위력을 발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전국 및 수도권 기준으로 최저 1.7%에서 최고 4.9%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단일 재방송 편성만으로도 어지간한 프로그램의 본방송이나 중박 수준의 성적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압도적인 힘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처럼 매회 화제를 모으던 드라마는 대망의 마지막 회가 방영되던 날 수도권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생명력은 종영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방영이 끝난 지 수년이 지난 2022~2023년 사이에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 TOP 10 차트에서 꽤 오랜 기간 머무르며 역주행을 기록,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의 힘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