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관객 '눈물' 쏟게 만들었는데 의외로 맹비난 받은 한국 재난 영화

관객 ‘눈물’ 쏟게 만들었는데 의외로 맹비난 받은 한국 재난 영화

‘선동’과 ‘예술’ 사이 끝나지 않은 설전

사진= NEW

2016년 개봉한 박정우 감독의 재난 영화 ‘판도라’는 한국 영화사에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아온 문제작이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각본을 쓰고 ‘연가시’를 연출했던 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거대한 스케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봉 당시에는 제1회 마카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갈라 섹션에 공식 초청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후쿠시마의 경고, 스크린으로 부활한 원전 잔혹사

영화 ‘판도라’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극 중 배경인 한별 원자력 발전소는 부산과 울산 경계선에 걸친 실제 고리원자력본부를 모델로 삼아 사실감을 높였다. 영화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한반도를 덮친 뒤 발생하는 초유의 원전 사고를 그린다. 예고 없이 찾아온 대재앙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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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들은 재난 앞에 놓인 인간의 여러 군상을 보여준다. 배우 김남길이 연기한 주인공 ‘강재혁’은 한국수력원자력의 하청업체 작업자다. 발전소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방사능 피폭으로 잃고 형마저 그 후유증인 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낸 아픈 가족사를 지니고 있다. 하루아침에 어머니와 형수, 조카, 연인 연주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 재혁은 원전이라면 치가 떨리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으로 시작한 장사에 실패하고 결국 생계를 위해 다시 발전소로 돌아와 일하게 된다.

재난이 발생한 직후 재혁은 과거 아버지의 피폭 사건을 떠올리며 도망치려 하지만 동료들이 움직이지 않자 현장에 남아 구호 작업에 동참한다. 연인 연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몰된 동료들과 부상자들을 외면하지 못한 그는 다시 방사능의 사지로 걸어 들어간다. 밤샘 구호 작업 끝에 자신도 심각한 피폭을 당한 재혁은 이후 폭발물 취급 경력을 인정받아 원전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최후의 폭파 임무를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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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이 연기한 ‘연주’는 재혁의 연인이자 원전의 홍보 직원이다. 천애고아로 자라 재혁의 가족을 친가족처럼 의지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평소 “원전은 안전하다”는 홍보를 전담했으나 실제로 폭발 사고가 터지자 혼란에 빠진 주민들을 통솔하고 대피를 이끄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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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이 분한 발전소장 ‘박평섭’은 사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로운 인물이다.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더라도 재난을 막으려 애쓰며 소방관들조차 피폭 위험으로 진입을 망설일 때 방사능 연기 속으로 들어가 생존자들을 구출해 낸다. 그는 사고 이전부터 정부를 향해 한별 원전의 설계상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반면 김영애가 연기한 어머니 ‘석 여사’는 남편과 큰아들을 앗아간 원전 일을 막내아들이 이어받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원전의 안전성을 굳게 믿고 살아온 평범한 주민의 모습을 대변한다.

웰메이드 재난 영화인가, 공포를 조장한 프로파간다인가

영화 ‘판도라’는 이런 대중적인 흥행 요소와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극심한 이념적·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감독과 각본가의 개인적인 편향성이 투영돼 대중에게 사회적 불안감을 심어준 손꼽히는 ‘프로파간다(선동) 영화’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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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판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영화계로 확산됐다.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직접 영화 ‘판도라’를 언급하며 비과학적인 설정과 공포 조장을 맹비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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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 감독은 급증하는 세계적인 전기 수요를 충족하고 지구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나 효율이 낮은 신재생 에너지 대신 원자력 발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뉴클리어 나우(Nuclear Now)’를 연출하는 작업에서도 ‘판도라’를 비과학적이고 감정에 치우친 선동 영화로 규정하며 반복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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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화 ‘판도라’는 한편으로는 재난 속 인간애를 다룬 상업 영화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낳은 프로파간다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도 치열한 설전을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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