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패션2조 자산가인데 5년 만에 복귀해 모두 놀라게 한 삼성가 셋째, 우아한 패션룩

2조 자산가인데 5년 만에 복귀해 모두 놀라게 한 삼성가 셋째, 우아한 패션룩

김태성 기자 taesung1120@issuepicker.com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 / 온라인 커뮤니티

이서현 사장은 한국 패션계에서 늘 특별한 존재였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차녀이자 삼성가 셋째로, 오랜 시간 삼성물산 패션 부문을 이끌며 브랜드의 성장을 주도했다. 2012년, 그가 직접 주도해 세상에 내놓은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당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유니클로·자라·H&M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에 맞서는 도전이었다.

강남 가로수길 1호점을 연 직후 첫해 매출이 600억 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12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1조 50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내세울 정도로 기대가 컸다. 이서현 사장의 추진력은 그만큼 강렬했다.

10년 만에 다시 해외로, 필리핀에 선 이서현 에잇세컨즈

2016년 중국 진출은 사드 사태라는 외부 변수에 막혀 3년 만에 철수해야 했다. 매출보다 적자가 더 큰 상황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의 그림자 속에서도 국내 SPA 브랜드가 세계 시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만으로도 그의 리더십은 높이 평가됐다.

필리핀 마닐라 초대형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에 글로벌 1호점을 오픈한 ‘에잇세컨즈’ /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는 다시 해외 무대에 섰다. 이번 무대는 필리핀이다. 12일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 따르면 마닐라의 ‘SM 몰 오브 아시아’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고, 자라·H&M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연내 3호점까지 내며 동남아 시장 전체로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인구 1억 명이 넘고, 평균 연령이 20대 초반인 필리핀은 K팝과 K콘텐츠 열기가 강렬한 나라다. 자연스럽게 K패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에잇세컨즈의 행보는 단순한 매장 확장이 아니라, 다시 시작된 K패션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 모든 도전의 뒤에는 늘 이서현 사장이 있었다. 2018년 말,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사회공헌과 문화예술을 이끌며 새로운 무대를 준비했지만, 패션에서 쌓아온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5년 만의 복귀, 다시 시작된 발걸음

지난해 이서현은 5년 만에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복귀했다.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시작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을 거쳐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까지 오른 그의 여정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회사는 그의 복귀를 두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014년 비즈니스 오브 패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패션인 500인에 선정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 온라인 커뮤니티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 510억 원, 영업이익은 1940억 원으로 2년 연속 2조 클럽을 유지했다. 국내 패션업계가 불황을 겪던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블랙·화이트·레드로 완성한 패션룩

이서현 사장은 공식 석상에서도 늘 화제를 모았다.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라 그의 메시지였다. 블랙 코트와 가죽 장갑은 단호한 결단력을 보여줬고, 화이트 재킷과 아이보리 케이프는 온화한 우아함을 드러냈다. 레드 코트를 벨트로 라인을 잡아 연출한 모습은 강렬한 자신감을 상징했다. 색 하나로도 무대의 분위기를 바꾸는 그의 스타일은 패션 경영자로서의 감각과 맞닿아 있었다.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과 신라호텔 이부진 시장. / 온라인 커뮤니티

자매와 함께 선 자리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이부진이 블랙 드레스와 퍼 숄로 차분한 무드를 강조했다면, 이서현은 블랙과 레드의 대비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설 때, 흑과 적, 흑과 백의 조합은 마치 무대를 연상케 했다.

그의 패션은 단순한 명품 나열이 아니다. 실루엣과 색의 조화, 액세서리의 절제된 활용이 중심이다. 진주 귀걸이, 작은 브로치, 심플한 다이아몬드 이어링은 은은하게 힘을 더했고, 블랙 장갑이나 크로커다일 토트백은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같은 블랙 코트도 보브 컷일 때는 지적이고 날카로웠고, 긴 생머리일 때는 한층 부드럽게 바뀌었다. 작은 디테일 하나로 다른 인상을 연출하는 능력은 그가 패션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를 보여준다.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의 레드 코트룩. / 온라인 커뮤니티

이서현은 삼성가 셋째이자 약 21억 달러(한화 약 2조 9500억 원)의 자산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각인되는 건 재산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이다. 절제된 블랙은 경영자의 단호함을, 화이트는 사회공헌가의 따뜻함을, 레드는 리더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삼성가의 딸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패션을 아는 리더로, 그리고 여전히 한국 패션 산업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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