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19금 청불인데 '수작' 평가받는다… 개봉 당시 한국 영화 르네상스 이끈 작품

19금 청불인데 ‘수작’ 평가받는다… 개봉 당시 한국 영화 르네상스 이끈 작품

용현지 기자 gus88550@issuepicker.com
사진= CGV 아트하우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박하사탕’은 한 남자의 파국을 개인의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절규로 시작되는 영화는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듯 기억의 조각들을 역순으로 재배치하며 관객을 과거로 이끈다.

‘박하사탕’, 거꾸로 따라가는 김영호의 파국

1999년 봄, 주인공 김영호는 20년 전 첫사랑과 함께 방문했던 철길 옆 야유회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다. 초라한 행색으로 나타난 그는 이미 직업도 가족도 모두 잃은 상태다. 삶의 벼랑 끝에서 그는 철로 위에 서서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사진= CGV 아트하우스

이 한마디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기차가 달리는 소리와 함께 시간은 거꾸로 움직인다. 사흘 전 봄으로, 다시 1994년 여름, 1987년 봄, 1984년 가을, 1980년 5월, 마지막으로 1979년 가을로 거슬러간다. 관객은 그렇게 김영호의 삶을 거꾸로 따라가며 인생의 지점마다 그가 놓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무너져 가는 한 개인을 그리며 시대의 상처가 사람에게 남긴 흔적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장면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중년 남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구점을 운영하던 시절에도 폭력은 그의 일상이었고 아내 양홍자와의 결혼 생활도 결국 파국에 이른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에는 고문 경찰로 활동하며 점점 폭력과 권력에 길들여진 인물이 등장한다. 군 복무 시절에는 광주에 투입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순수함이 있었던 청춘은 점차 훼손되고 사랑 역시 먼 기억으로 밀려난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특히 1979년 가을, 순임과 함께 소풍을 갔던 시절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진작가를 꿈꾸던 청년 김영호는 순수한 미소를 짓고 순임은 그에게 박하사탕을 건넨다. 영화는 이처럼 가장 마지막에 가장 밝고 맑은 순간을 배치하면서 시간이 흘러 망가진 인생과 그 이전의 순수했던 시간을 강하게 대비시킨다.

흥행과 수상으로 증명된 작품성

‘박하사탕’은 설경구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자배우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연기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문소리, 김여진 또한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을 통해 국내외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감독상, 시나리오상, 여우조연상, 최우수작품상까지 수상하며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국내 수상에 그치지 않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도 진출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 CGV 아트하우스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29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찾았다. 이는 당시 독립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수치였다. 사회 비판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흥행에까지 성공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박하사탕’은 ‘공동경비구역 JSA’, ‘봄날은 간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과 함께 2000년대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독창적인 플롯, 강한 메시지, 정교한 연출이 어우러져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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