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초자연적 현상과 종교적 광신, 사회적 혼란을 절묘하게 엮은 이야기로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초자연적 공포로 시작된 지옥행 선고
작품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지옥행’을 선고하면서 시작된다. 예고된 시각에 지옥의 사자들이 출현해 사람을 잔혹하게 처형하는 사건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고 사회는 급속히 혼란에 빠진다. 이 현상을 ‘신의 심판’이라 주장하는 새진리회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해 영향력을 넓혀가고 이를 맹신하는 집단 화살촉은 폭력을 수단으로 삼아 질서를 강요한다.

새진리회의 창시자인 정진수는 외견상 소탈하고 검소한 삶을 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의 과거와 교리가 감춰진 의도 속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김현주가 맡은 민혜진은 새진리회의 피해자들을 돕는 변호사로,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며 새진리회의 폭주를 막으려 한다.

이야기는 박정자라는 여성이 새진리회로부터 시연 생중계를 제안받고 민혜진을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민혜진은 형사 진경훈과 함께 박정자를 도우려 애쓰지만, 박정자의 시연 장면이 전국 방송으로 송출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화살촉은 방송 장면 속 소도법률사무소의 태도를 문제 삼아 민혜진을 ‘신의 뜻에 반한 자’로 몰고 간다.
이후 민혜진은 어머니와 함께 해외로 도피하려다 화살촉의 습격을 받고 큰 부상을 입는다. 가까스로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의료진조차 이들을 알아보고 아무 조치 없이 방치해 어머니는 목숨을 잃는다. 충격과 절망 속에서도 민혜진은 새진리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미래종교 김정칠 목사를 찾아가고, 그에게서 정진수의 충격적인 고백이 담긴 녹취를 듣게 된다. 그러나 이는 정진수가 미리 준비한 함정이었고, 민혜진은 결국 화살촉에 의해 또다시 린치를 당한 뒤 거리로 버려진다.

이처럼 ‘지옥’은 인간의 공포를 먹고 자라는 종교적 광신과 그로 인해 무너지는 사회적 가치, 정의와 폭력 사이의 경계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작품은 한 사람의 ‘지옥행’ 고지와 이행 과정이 반복되며 사회 전체가 어떻게 비이성과 광기 속으로 침몰하는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흥행, 세계가 주목한 ‘지옥’
‘지옥’은 공개 직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특히 넷플릭스 TV 쇼 부문 글로벌 랭킹에서 단기간에 1위에 오르며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시리즈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살아있다’, ‘승리호’, ‘오징어 게임’에 이어 넷플릭스 월드 랭킹 1위를 기록한 네 번째 한국 콘텐츠로 기록됐으며, TV 쇼 중에서는 ‘오징어 게임’ 다음으로 월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다수의 국가에서 연일 1위를 유지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특히 유럽권에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장기간 인기 순위 최상위를 기록,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었다. 바레인,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요르단,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지속적인 1위 기록이 확인되며 이례적인 반응을 얻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시청 시간 자료에서도 눈에 띄는 수치를 기록했다. 주간 집계에서 수천만 시간 이상의 시청 기록을 달성, 단 10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1억 1000만 시간을 돌파하며 단기간 성과 면에서 매우 강력한 수치를 보였다. 6부작의 짧은 구성과 주말이 아닌 시점에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잔혹하고 심오한 다크 판타지 장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지만, ‘지옥’은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세계 시청자에게 강렬함을 남기며 또 하나의 성공적인 K-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