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판매로 제작비 회수, 청룡 6관왕 휩쓸며 증명한 작품성

지난해 개봉해 한국 영화계에 굵직한 기록을 남긴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이끌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을 필두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제50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국제 관객상 수상, 제28회 SCAD 사바나 영화제 국제 외뙤르상 수상 등 개봉 전후로 화려한 이력을 쌓아 올렸다.
25년 차 전문가의 몰락과 재취업 위한 사투
영화는 평온했던 삶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유만수’(이병헌 분)의 삶을 비춘다. 만수는 다재다능한 아내 ‘이미리’(손예진 분)와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회사로부터 통보받은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는 단 한 마디의 해고 소식은 만수의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목이 잘려 나가는 듯한 충격에 휩싸인 만수는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하며 분투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1년 넘게 마트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면접장을 전전했으나 재취업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급기야 어렵게 마련한 자택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절박해진 만수는 ‘문제지’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선출’(박희순 분) 반장 앞에서 굴욕만을 맛보았다. 결국 해당 자리가 누구보다 자신에게 적격이라고 확신한 만수는 삶을 되찾기 위한 모종의 결심을 내리게 된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병헌은 실직 후 가장으로서 겪는 고뇌와 재취업을 향한 집착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아내 이미리 역의 손예진 역시 남편의 실직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는 강하고 입체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작중 미리는 과거 이혼한 싱글맘이었다는 설정이 묘사되며 캐릭터의 서사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세해 극의 완성도를 뒷받침했다.
누적 관객 294만 기록, 청룡영화상 6관왕으로 입증한 작품성
예술적 가치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명확히 확인됐다.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미디어 프레스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당시, 현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폭발적인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국제 비평가 평점(ICS) 전체 7위, 이탈리아 비평가 부문 전체 3위, 국제 평론가 부문 전체 7위를 기록하며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기자단 사이에서는 ‘힌드의 목소리’와 함께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상업적 측면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해외 선판매만으로 순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조기에 회수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린 작품은 국내 개봉 8일 차에 손익분기점인 13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종 누적 관객 수는 294만 명으로 집계됐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진정한 가치는 연말 시상식에서 더욱 빛났다. 누적 관객 수와 별개로 작품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던 영화 ‘좀비딸’을 제치고 청룡영화상 6관왕을 휩쓸며 당대 최고의 작품임을 공인받았다.

개봉 당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어쩔 수가 없다’는 현대 사회의 고용 불안과 한 개인의 처절한 사투를 박 감독만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수상 기록과 비평적 찬사 속에 한국 영화사의 주요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품은 지금까지도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