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2월 개봉한 영화 ‘신세계’는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범죄 드라마다. 잔혹한 폭력 장면과 강도 높은 묘사로 관람 연령이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46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당시 흥행작들과 경쟁 구도 속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으로 기록됐다.
8년 잠입 수사로 시작된 이자성의 두 얼굴
이야기는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 과장(최민식)으로부터 시작된다. 국내 최대 범죄 조직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몸집을 키워가자 강 과장은 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령한다. 이 명령은 자성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그렇게 시작된 잠입은 8년이라는 세월로 이어지고 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이자 실세인 정청(황정민)의 오른팔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골드문은 석동출 회장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사망으로 거센 후계자 전쟁에 휘말린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석방된 직후 벌어진 사고는 조직 내부의 권력 지형을 요동치게 한다. 이 틈을 파고든 강 과장은 골드문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그의 목표는 조직을 와해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경찰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다.

정청은 여수의 동네 건달에서 출발해 6년 만에 전국구 조직의 실세로 성장한 인물이다. 전 북대문파 두목이자 골드문 그룹 전무이사로 공식 서열 3위에 올라 있다. 화교 출신으로 중국어에 능통하며 중국 문화에 밝아 대중 비즈니스를 맡고 있다. 상하이로 출국할 때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하는 장면을 통해 귀화한 인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 곁에는 늘 자성이 있다. 이정재가 연기한 이자성은 여수 시절부터 정청과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조직 내에서 정청을 3인자 위치까지 끌어올린 숨은 공신이다. 정청은 자성을 복덩어리이자 충성스러운 심복으로 여긴다. 상하이에서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정청과 달리 국내의 일은 대부분 자성이 처리한다. 큰 판을 설계하는 역할은 정청이 맡지만 실행과 정리는 자성의 몫이다. 결단의 순간에는 냉혹한 추진력을 보이며 실무 능력 또한 뛰어난 면모를 드러낸다. 극장판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지만 DVD 부가 영상에는 관련 장면이 포함돼 있다.

자성의 내면은 결코 편하지 않다. 작전의 성공만을 바라보는 강 과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자성을 계속 압박한다. 석동출 회장 사망 이후에도 자성을 경찰로 복귀시키지 않고 골드문을 경찰의 영향권 아래 두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정의를 내세우지만 그 과정은 냉혹하며 자성의 처지는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린다.

한편 정청은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 속에서도 자성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는다. “우리 브라더는 그냥 딱, 이 X같은 형님만 믿으면 돼야!”라는 대사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형제처럼 지내온 세월과 의리는 자성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된다. 언제 신분이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자성은 경찰과 조직 사이에서 갈등한다. “약속했잖습니까…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라는 말은 그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19세 관람가 한계 넘은 흥행 기록
‘신세계’는 개봉과 동시에 흥행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개봉 첫날 전국 16만 8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던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사흘 만에 전국 103만 관객을 돌파했고 344만 관객을 기록하며 정상을 지켰다. 이후 ‘파파로티’에 1위를 내주었지만 3월 중순에는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작품은 잔혹한 묘사와 강도 높은 폭력 장면으로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관람 연령이 제한되고 소비층이 넓지 않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누적 관객 수 468만 2418명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는 경찰, 조직, 그 사이에 선 인물의 선택을 통해 서로 다른 욕망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잠입 수사로 시작된 이야기는 권력과 의리, 배신과 생존이 얽힌 대립으로 이어지며 2013년 극장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